[쿠키錄] ‘부재의 혁신’ 英 가전업체 ‘다이슨’ 이야기

[쿠키錄] ‘부재의 혁신’ 英 가전업체 ‘다이슨’ 이야기

기사승인 2014-04-08 17:48:00


[쿠키 생활] “저희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일을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거죠.”

매트 스틸(Matt Steel) 다이슨 수석 디자인 엔지니어의 말이다.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ㆍ먼지봉투 필요 없는 진공청소기ㆍ히터 없는 핸드드라이어 등 ‘부재(不在)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 영국 가전업체다. 다이슨이 보여주는 혁신적인 기술로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에게는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다이슨은 최근 서울 용산 CGV 골드클래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로앤나 모터쉐드 아시아 PR 담당 매니저와 함께 매트 스틸 엔지니어가 참석했다. 매트 스틸 디자이너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제품에 대한 설명과 시연을 직접 진행했다. 이들의 말을 통해 다이슨이 추구하는 방향과 철학, 신제품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로앤나 모터쉐드 매니저가 꼽은 다이슨의 인재상은 바로 인내심. 다이슨은 마음이 열려 있고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를 원한다. 하지만 이런 인재를 확보하더라도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게 회사의 역할이다. 실제 다이슨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내 행사인 ‘챌린지’다. 챌린지는 일상적인 업무와 무관하게 직원들이 팀을 조직, 직접 제작한 비행체로 풍선 등 장애물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회다.

◇창의성은 다이슨의 핵심 동력

설립자 제임스 다이슨이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한 이후 이러한 창의성은 다이슨을 혁신의 상징으로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다이슨은 효율적이고 안전한 선풍기뿐만 아니라 히터가 필요 없는 손건조기 ‘에어블레이드’를 만들기도 했다. ‘다이슨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RDD(Research, Design and Development) 센터의 핵심 가치 역시 ‘창의성’이다. 매트 스틸 엔지니어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이슨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바로 ‘멀티에어플라이어’다. 이 제품은 헤어드라이어가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한 방향으로 배출한다는 걸 깨달은 개발자가 작동원리를 제품에 적용한 사례다. 사소한 내용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이 130년 동안 이어진 선풍기의 고정관념을 뒤바꾼 것이다.



매트 스틸 엔지니어는 간담회에서 제품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신제품 AM06에 드라이아이스 연기를 투입했다. 멀티에어플라이어 내 임펠러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음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빨아들인 공기를 18배가량 증폭시킨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1세대 멀티에어플라이어는 출시 이후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동시에 소음을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이에 다이슨은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소음을 줄이는 방법을 3년 간 고민했다.

제품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난기류. 다이슨은 제품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고 공기가 통과하는 데 장애물을 없애는 방식으로 소음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전기소모량을 기존 제품 대비 36% 절감시켰다. 또한 유리병 구멍에 바람을 불면 소리가 나듯 물리적인 힘으로 소리가 증폭되는 원리를 반대로 적용, 소음 감소 효과를 더했다. 매트 스틸 엔지니어가 다이슨을 가리켜 ‘공기 전문가’라고 일컫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이클론, 20년 다이슨 기술의 집합체

‘사이클론’은 20년 전 제임스 다이슨 설립자가 고안한 기술이다. 청소기 내로 흡입된 먼지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공기와 분리시키는 원리다. 탈수기와 유사한 방법을 통해 다이슨은 먼지봉투가 필요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었다. 매트 스틸 엔지니어는 “사이클론 모터가 작을 수록 원심력이 커진다”며 “원심력이 커질수록 더욱 미세한 먼지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謄년 동안 발전시켜온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0.1㎛의 박테리아까지 청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크기는 10㎛ 정도다.



출시를 앞둔 무선청소기 DC62와 유선청소기 DC48 모두 다이슨디지털모터(Dyson Digital Motor, 이하 ‘DDM’)가 탑재됐다. DDM은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모터 중 가장 작은 모터지만 회전력은 10만rpm에 이른다. 포뮬러원 경주형 자동차의 엔진보다도 다섯배나 빠른 속도다. 이를 통해 DC62의 성능을 유선청소기와 동일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매트 스틸 엔지니어는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을 보여줬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언제나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25년까지 앞을 내다보고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할 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간담회에서 이뤄진 기자와 매트 스틸 엔지니어 간 질의응답

-다이슨과 삼성전자 간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삼성전자가 다이슨을 표절한 건가. 왜 소송을 취하했나.

△본인은 디자인 엔지니어로서 기술적인 부문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소송에는 문외한이다. 지금 이 자리(간담회)는 삼성전자와의 소송이 아니라 신제품 발표를 위한 것으로 그쪽으로만 말하고 싶다. 이전에 발표한 성명서 외에는 더 이상 언급할 이야기는 없다.

-다이슨 청소기의 에너지효율등급이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있나.

△에너지효율 5등급을 받은 DC48의 경우 테스트 제품을 어떤 걸로 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제품 성능에 대해서는 충분히 자신한다. 에너지효율과 맞물려 생각해야할 게 바로 청소 시간이다. 다른 청소기로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라면 우리는 15분이 소요된다. 낮은 에너지효율을 상쇄할 만하지 않나. 이외 문제는 문제해결사 정신으로 개선할 것이다.

-청소기 뒤편에서 나오는 열기가 꽤 뜨겁다. 저온화상의 우려가 있지 않나.

△우리는 진공청소기 개발에 대한 각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 각 나라마다 관리지침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걸로 생각한다. 더구나 온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청소기 뒤로 사람이 따라다니는 일은 없을 테니 큰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근 로봇청소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이슨 측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나.

△다이슨의 레이더망에도 로봇청소기가 포착돼 있다. 실제 다이슨은 런던대학교와의 로봇청소기 개발을 위해 500만 파운드(한화 87억6000만원)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성능이 완벽하지 않다면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게 제임스 다이슨의 생각이다. 또한 로봇청소기의 성능이 아직 진공청소기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당장 로봇청소기를 출시할 계획은 없다.

-외산 프리미엄 청소기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경쟁사와의 차별화 전략이 있나.

△다이슨은 매년 성장 중이다. 우리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는 언제나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DC62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 바빠지는 생활 속에서 청소시간을 줄이도록 할 뿐만 아니라 협소한 공간에도 원활하게 제품을 수납할 수 있도록 무선청소기를 통해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다. 이외에 경쟁사에서 뭘 하는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새로운 걸 출시하는 데 웹사이트나 교과서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존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내부에 모든 걸 쏟고 있다.

◇매트 스틸 다이슨 수석 디자인 엔지니어

매트 스틸 엔지니어는 런던 브루넬 대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다이슨에 입사, 6년 간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유선청소기 DC26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영국 본사에서 진행되는 제품 콘셉트 기획부터 말레이시아에서의 제조 단계까지 모든 개발 프로세스에 관여했다.

매트 스틸 엔지니어는 수석 디자인 엔지니어로서 싱가포르에 위치한 디지털 모터 공장 ‘웨스트파크’에 근무하고 있다. 현재 제품 생산에 쓰일 수 있는 DDM V4를 개발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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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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