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는 실질적인 양자 대결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공천 유지로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명분은 잃었지만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 파기’라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기초선거에서 야권 후보와 1대 1로 붙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명분 대신 실리 챙기고, 새누리당은 대선공약 파기 부담 덜고=새정치연합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초단체를 장악하고 있어 정당공천을 유지하면 ‘현역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공천으로 후보가 난립했을 경우 표가 분산돼 여권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도 씻게 됐다. 무엇보다 공천을 둘러싼 기나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선거에 ‘올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권은 공천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면서 “무공천했을 때와 비교하면 분명하게 유리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원열 현대리서치 전무도 “새정치연합은 기초단체장·의원 선거에서 후보 난립을 막고 선거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초선거 무공천을 신당 창당 명분으로 내세웠던 만큼 명분과 정통성을 모두 잃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안 대표의 새 정치에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너희들(새정치연합) 잘 되나 보자’는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야권은 정책 이슈로 승부를 봤어야 하는데 기초 공천 유지가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일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소탐대실’”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은 홀로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부담을 떨치게 됐다.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의 공천 유지 방침에 대해 작심한 듯 총공세를 펼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또 새 정치에 실망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야권 후보 난립으로 예상됐던 반사이익이 사라지면서 1대 1 선거구도가 짜여져 실질적인 선거전은 어렵게 됐다. 지방선거 전략의 전면 수정 등 대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초선거는 야권, 광역은 여권이 유리”…여야 선거전략 수정=새정치연합의 이번 결정으로 안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안철수 효과’에 기댔던 야권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이다.
배 본부장은 “신당 창당 명분과 정통성이 사라진 데 대해 현역 야권 광역단체장들이 논리적으로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면서 “‘안철수 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어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광역단체장 선거는 새누리당이 10대 7 정도로 우세하다는 전망이 많다”며 “이 같은 판세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선거 판세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는 “애초에 기초선거 공천을 하느냐 마느냐는 국민들 입장에서 민감한 이슈가 아니었다”면서 “이론상으로는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을 순 있겠지만 실제 표심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선거 전략 수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권의 입장 선회를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이 새누리당 입장에서 반드시 유리한 전략은 아니다”라면서 “당분간 판세를 예의주시하면서 선거 전략을 가다듬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새로운 공천룰로 선거를 치르려면 시간이 없다”면서 “안정적으로 공천을 완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김동우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