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슬라뱐스크에서 친러 무장 세력 200여 명이 경찰 본부 건물을 점거했다고 보도했다. 자신들을 도네츠크 민병대라고 밝힌 이들은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 등으로 무장했고, 점거한 건물엔 러시아 국기를 게양했다. 앞서 6일과 7일엔 도네츠크와 하리코프에서 친러 시위대가 주정부 청사를 점거했고, 11일에는 시위대가 도네츠크 검찰청에 난입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슬라뱐스크에서 관공서를 장악한 무장 세력에 대한 진압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러시아는 이에 대해 4자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절망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의 시위를 무력 진압하겠다는 위협이 현실화하면 4자회담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협력 전망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서방에 대해 ‘가스공급 차단’이라는 무기를 꺼내 든데 이어 이번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럽 18개국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가 22억 달러(약 2조2825억원) 규모의 밀린 가스대금을 갚도록 중재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EU를 분열시키고, 미국과 서방의 추가제재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치러진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찬반 주민투표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포린폴리시(FP)는 유엔의 우크라이나 인권 실태 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주민투표 열흘 전부터 크림 공화국에서 러시아 TV채널만 송출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를 과장 보도하는 식으로 두려움을 조장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을 사태 해결을 위한 구원투수로 내보냈다. 바이든 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정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인하고, 동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