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여류 화가 남홍은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다. ‘불과 재의 시인’으로 불리는 그녀는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4월 29일까지 ‘특별한 융합(Special Fusion)’이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연다. 작가 활동 30여년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전시 개막식이 열린 4월 10일 조용필의 ‘촛불’ ‘창밖의 여자’ 등 노래를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펼친 그는 환갑을 바라보지만 탄탄한 몸매와 외모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마음은 아직 38살이에요. 정상을 향해 조금씩 올라가는 젊은 작가랍니다.”
작가는 격정의 40대를 보냈다. “48세에 아버지에게 전화해 남자로서 48세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지요.” 나이 듦에 대한 갈등을 느꼈지만 50대로 건너오자 전시도, 인생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이제는 편안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폭풍처럼 휘두른 붓질, 물감을 통째 뿌린 듯 두터운 마티에르와 빨갛고 푸른 강렬한 색감의 화폭은 ‘나비떼’로 뒤덮였다. 이전보다 더 선명해진 빨강색 위에 더해진 불꽃과도 같은 ‘나비떼’는 남홍의 트레이드마크다. 일명 ‘V-터치’ ‘비상 터치’로 불린다.
아크릴을 사용해 그린 작품은 흘러내리는 느낌이 남아있다. 흐르는 강물, 흐르는 눈물 등 흐르는 것을 통해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캔버스 위에 한지를 불태워 남은 부분과 재를 콜라주처럼 붙이는 독특한 기법으로 작업한 작품도 인생과 예술이 한데 모여 흘러내리는 느낌이다.
강렬한 색채의 물감을 뿌리고, 휘갈긴 필선에 불태운 한지를 콜라주한 화면은 ‘삶과 죽음의 순환에 관한 성찰’을 드러낸다. 작가는 2001년 프랑스문화예술연합회가 주는 ‘황금캔버스상’을 받고 파리 16구청 전시에 두 번 초대되는 등 프랑스 화단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회화 25점과 도자기 4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봄빛을 머금은 붉은 꽃과 나비떼가 몰려들었다. 이들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는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하다. 생성과 해체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화폭에 풀어냈다(02-738-7570).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