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암초에 의한 좌초설이 제기됐지만 사고 해역에는 암초가 없는 지역인데다 전복된 선박에서도 관련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있어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외방경사’=목포해양대 임긍수 교수는 17일 “(사고 해역) 외곽 지역에는 암초가 없다”며 “선체 중심이 맞으면 배가 회전할 때 전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침몰 사고가 발생한 해역은 선박들이 일상적으로 다니는 통로이며 해도상 암초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암초에 걸리면 어느 한 쪽이 움푹 들어가든지 금이나 긁힌 자국이 생겨야 하는데 그런 자국이 전혀 없었고 배 밑이 깨끗하다”고 말했다. 여객선이 암초와 충돌했다면 배가 튀어나갈 정도의 충격이 있어야 하는데 생존자들로부터 그런 증언이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도 좌초가 아닐 가능성이 높은 원인으로 꼽았다.
임 교수는 침몰 원인으로 외방경사 가능성을 거론했다. 선체가 급회전하게 되면 경사가 발생하는데 그때 유속까지 강해져 더 많은 경사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싣고 있던 화물이 바깥쪽으로 쏠리면서 침수가 진행됐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세월호가 변침(變針·선박이 진행 방향을 바꾸는 것) 과정에서 중심을 잃었고 중심을 잡기 위해 거듭 방향을 틀다가 적재된 차량과 콘테이너 화물 등이 풀리면서 하중이 바깥쪽으로 쏠려 배가 점차 기울어졌다고 보고 있다. 임 교수는 “급회전 과정에서 관성작용으로 인해 화물을 실은 자동차들이 회전 반대 방향으로 쏠렸고 컨테이너 등이 넘어가게 되면서 배도 기울어 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자들이 선박 앞 부분에서 ‘꽝’하는 소리나 ‘찌지직’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한 것은 화물이 쏠리며 바닥에 끌리거나 선체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을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선박이 기울어지면서 배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점차 침수가 진행되다가 한계상황에 다다르자 급격히 선체가 기울었고 결국 침수 2시간여만에 완전 전복됐다는 것이다.
인근 해역에 익숙한 진도 어민들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사고 해역이 비록 조류는 빠르지만 대형 여객선이 침몰할 만한 해역이 아니다며 선장의 과실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박종득 조도면장은 “여객선이 침몰한 해역은 비록 ‘맹골수로’의 거센 조류로 유명하지만 6000t이 넘는 여객선이 걸려 피해를 줄 만큼 큰 암초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어민들도 이 해역은 수만t짜리 선박도 지나다니는 항로여서 암초에 의한 좌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사고 전날 인천여객터미널에서 2시간30분가량 늦게 출발하면서 제주 입항시간에 맞추기 어렵게 되자 선장이 운항을 서두르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20여년간 어선을 운항한 황모(47)씨도 선장이 속도를 올린 상황에서 급하게 변침 구간을 지나다 관성에 의해 배에 실린 컨테이너 상자와 자동차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중심을 잃고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어민 이모(49)씨는 “사고 당시 ‘쾅’하는 굉음이 들렸다고하는데 이는 선박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적재된 컨테이너 상자가 선체와 부딪히면서 난 소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객실 증설이 침몰에 영향 미쳤을 가능성도 있어=세월호가 국내 도입 직후 객실 시설을 확장한 것이 선박 침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2012년 10월 일본에서 세월호를 국내에 도입한 직후 이듬해 3월까지 전남 목포에서 객실 증설 공사를 진행했다. 3층 56명, 4층 114명, 5층 11명 등 총 181명을 더 수용할 수 있는 객실 증설 공사였다.
업계에서는 여객선 상부인 3∼5층에 객실이 추가로 들어섬으로써 무게중심이 기존보다 높아져 이번 침몰 사건 당시 쉽게 기울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 후 등록 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은 객실 증설공사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의 공사였고 침몰 사고 원인과의 연관성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검사 당시 선체 경하중량 점검 등 객실 증설에 따른 변화가 안전운항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모두 점검했다”며 “점검 결과 운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따라 등록 검사가 정상 통과됐다”고 밝혔다.
◇해경도 변침 구간에서 감속 안해 사고로 잠정결론=해경은 세월호가 갑작스레 균형을 잃은 것은 110도에 이르는 커브 구간에서 감속을 하지 않은 탓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구간에서는 넓은 해역에서 해오던 자동항법장치에 의한 운항을 종료하고 수동 운전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월호가 감속을 하지 않아 배가 바깥쪽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잃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 배에 적재된 화물 컨테이너 및 자동차들이 한쪽으로 쏠리고, 세월호가 중심을 잃고 급하게 왼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발로 인한 침몰’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는 “조타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말이 있는데 있는 내부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해진 항로를 이탈해 암초 등에 부딪쳤을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제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목포해양대 임 교수는 “선박이 정해진 항로를 이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제주 입항시간을 당기려면 항로를 바꾸기보다는 선박의 속력을 높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점기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장은 그러나 좌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 교수는 “결정적인 원인은 의도치 않은 침수일텐데 이는 주로 파공(구멍이 생기는 것)에 의해 일어난다. 현재로서는 좌초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