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6·4지방선거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최후통첩식 선언이 난무하고 있다. 경선 룰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지만 이미 진부해진 정치 레토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경선에 나선 이용섭 의원은 최근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윤장현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하자 “정치생명” “중대결심” “탈당” 등의 격한 표현을 동원해 반발하고 있다. 이 의원은 17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를 애도하는 보도자료에서조차 “5인의 국회의원들이 공천관리위원장과 위원 자리를 양보하라”며 압박했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선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 9일 여론조사 대상자에 여당 지지자를 반영하는 것을 두고 “사실상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진표 의원은 여론조사에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하자며 지난 10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맞섰다.
새누리당에서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경선 룰에 불만을 표시하며 ‘경선중단’을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갔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경선 룰에 반발하며 “중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후보들의 격한 언사는 일단 잦아들었다. 하지만 선거전이 다시 시작되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발언들은 경선 세부 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샅바싸움 성격이 강하다. 당에서 큰 틀은 마련하더라도 세칙을 만들 때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합당과 통합을 반복하면서 경선 룰이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센 발언’을 해야 유리하다는 학습효과도 존재한다.
하지만 당의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중진들의 발언치고는 무게감이 없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발언들은 50% 이상 ‘뻥카(공갈용 카드)’라는 것을 유권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