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닉스 배당 꼼수는 무죄? 손 놓은 공정위·금감원

위닉스 배당 꼼수는 무죄? 손 놓은 공정위·금감원

기사승인 2014-04-21 09:42:00

“터널링, 기업 고유 판단영역… 규제방법 없어” 경제전문가들 경제역동성 퇴보 경고

[쿠키 생활] 위닉스 오너 일가의 배당금 독식과 관련해 경제계 전문가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정부기관의 감시가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주주운동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은 “위닉스 관계사 위니맥스가 80억원을 현금 배당하고 이를 위닉스 오너일가에 귀속시키는 터널링을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터널링이란 상장사에서 발생 가능한 매출액을 비상장사에 이전시키고 이에 대한 거액 배당을 오너 일가가 수령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상장사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해당 업체의 오너가 독식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에게도 가하기 힘든 규제를 중견기업에만 적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뿐더러 이를 감독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상황이다.

위니맥스는 윤희종 위닉스 대표의 아들 윤철민 사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사다. 지난해 제습기의 인기로 위닉스가 20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하자 위닉스 제품을 판매하는 위니맥스 역시 1718억원 매출을 올렸다. 여기서 최근 발생한 위니맥스 배당금 80억원은 전 지분 소유주인 윤 사장이 수령했다. 사실상 위닉스 오너인 윤씨 일가에 귀속된 셈이다.

네비스탁 관계자는 “위닉스와 위니맥스는 지분관계가 전혀 성립되지 않은 독립법인으로 단순히 부자(父子)라는 인적관계만이 존재한다”며 “위닉스가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위니맥스에 이렇듯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게 과연 위닉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감독기관들은 서로의 업무를 떠넘길 뿐 실질적인 규제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법인을 선정하는 건 기업 고유의 판단영역으로 수익이 많이 나 배당한다는 걸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금용감독원에 문의해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 역시 “공정위의 소관”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사실 이러한 터널링은 서류상 합법적인 행위다. 실제 위닉스 관계자 역시 “회계서류를 조작하지도 않았고 감사보고까지 마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을 1인 소유의 비상장사로 이전하고 상장사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배당금을 개인이 독점하는 건 비양심적인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대기업에서 이뤄지던 터널링이 중견기업에까지 확산되는 데 정부기관의 소홀한 감시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대기업보다 감시의 눈이 미진하다는 점을 악용해 중견기업들이 재벌총수들의 사익편취행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위닉스에 투자한 주주들 입장에서는 기업가치상승으로 인한 배당 및 주가상승의 기회를 총수일가가 유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울러 “지난해 6월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의 법안이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등 일부 후퇴된 형식으로 들어갔다”면서 “몇백억, 몇천억에 달하는 대기업의 터널링보다 규모가 작은 수준이지만 이런 행위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될 경우 경제역동성이 퇴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