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세월호에서 탈출한 선박직 선원들이 자신들만의 연락망을 통해 대피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워키토키(휴대용 무전기)나 승무원 선실에 비치된 전화기로 연락을 받고 조난 초기 선교(브리지)에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1일 1등 항해사 강모(42)·신모(33)씨와 2등 항해사 김모(46)씨, 기관장 박모(47)씨 등 4명을 체포했다. 앞서 구속된 선장 이준석(69)씨 등 3명을 포함해 세월호 침몰사고 수사로 입건된 이는 7명으로 늘었다. 수사본부는 생존한 선박직 선원 15명 전원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체포된 4명에게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과 선장 이씨를 공범으로 본다는 뜻이다. 4명은 세월호 사관으로서 비상상황 시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현장지휘, 구명뗏목 투하 등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선장과 함께 먼저 배를 탈출해 버렸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당시 선원들이 어디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쯤 세월호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첫 번째 조난 신고를 한 직후 무전기나 전화기를 통해 “비상 상황이다. 브리지로 모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10분 이내에 선박직 대부분이 브리지에 모인 것으로 수사본부는 보고 있다. 항해사 강씨는 오전 9시 7분부터 31분간 진도연안VTS와 교신을 담당했다. 그는 9시 25분 진도연안VTS가 “승객을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하라”고 지시하는 데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은 당사자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일부 선원들로부터 “승객에게 퇴선 명령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명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수사본부는 이와 함께 선박 침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화물 부실 선적 여부와 선박 증·개축 문제에 대한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세월호를 개조한 선박업체와 화물적재 상태 등을 관리하는 한국해운조합 관계자 등 20여명이 조사를 받았다. 한편 수사본부는 투입 검사 규모를 18명으로 확대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재난 사고로는 최대 수사 인력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목포=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