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세월호 사고 최초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를 통해 전해진 답답한 사고신고 대응에 네티즌들이 분노와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단원고 학생인 최초 신고자가 사건 당일 전남소방본부, 목포해경과 나눈 3자 통화 녹취록 전문이 22일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16일 오전 8시52분부터 8시56분까지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학생의 첫마디는 “살려주세요”였다. 다급했다. 하지만 소방본부와 해경은 우왕좌왕하며 아까운 4분을 흘려보냈다.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현재 위치가 어디냐’며 위도와 경도를 묻기도 했다.
처음 통화가 연결된 건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이었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학생의 말에 소방본부 측은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냐” “(신고자가) 타고 있는 배냐” “배 이름이 뭐냐” 등의 질문만 반복하다 전화를 해경에 연결했다.
3자 통화가 연결된 후 해경은 신고 학생에게 정확한 현재 위치를 요구했다. 경도와 위도를 말해달라고 했다.
당황한 학생이 “네?”라고 되묻자 해경은 다시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배 위치를 말해주세요. 배 위치. 지금 배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학생이 “현재 위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해경은 “거기 GPS 경위도 나오나요? 경도하고 위도!”라고 캐물었다.
이어 해경은 배 출항지와 출항시간, 배 이름·종류 등을 질문했다. 소방본부 측이 이미 물었던 질문들의 반복이었다. 학생 대답을 듣고도 재차 같은 말을 되물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신고전화 한통에 걸린 시간만 4분이다.
녹취록을 접한 네티즌들은 “너무 답답하다” “억장이 무너진다” “똑같은 걸 몇 번이나 묻는 거냐”며 탄식했다. 어처구니없는 ‘위도·경도’ 질문에는 “집주소 대는 것도 아니고 위도·경도라니” “일반인에게 위도·경도를 물으면 대체 어쩌라는 것이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초동대처만 잘했어도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참담하다” “우리나라 시스템이 정말 엉망진창이다.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담당자도 당황한 건 이해하지만 이런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훈련받는 것 아닌가.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면 우린 누굴 믿어야 하느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