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K리그 클래식 성남 사령탑 임명식에서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은 선수에게 손을 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지도 스타일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또 지난달 3일 열린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 행사에선 “불미스러운 일 없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축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공허한 약속이 되고 말았다.
박 감독은 지난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성남의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얼굴을 때렸다. 구단의 조사를 받아 오던 박 감독은 22일 오전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감독은 시민구단으로 거듭난 성남의 초대 사령탑을 맡은지 4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성남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구단의 흥행을 위해 박 감독을 영입할 때도 축구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괜찮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와 “예전처럼 선수들을 가르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박 감독은 성남 일화와 대구FC를 이끌면서 심판을 폭행하고, 심판실에 난입하는 등의 행동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또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1983년 LA올림픽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은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강압적인 훈련 방식에 불만을 터트리며 태릉선수촌을 무단이탈하기도 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고령의 박 감독이 선수들에 폭력을 엄격히 금지하는 요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며 “손자뻘 되는 선수들이 미워서 그러진 않았겠지만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선수들은 때리면 기량이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된다”며 “선수들을 폭력으로 다스리려는 감독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일로 고통을 받았을 김성준, 김남건 선수를 비롯해 모든 선수단과 성남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를 아끼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지 폭행이 아니었다. 문제의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에 임하지 않고 언제나 불만이 가득 차 있어 똑바로 하라는 의미로 이마를 툭 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성남시는 내게 2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려고 했는데 신문선 사장이 경질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항변했다.
공교롭게도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부천FC의 유진회 골키퍼 코치도 경기도중 한 선수를 폭행한 책임을 지고 이날 자진 사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