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확장 통한 미심쩍은 재산 축적=1979년 설립된 세모는 유 전 회장 구속,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97년 2000억원을 빚진 채 부도 처리가 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세모는 2004년 한강유람선을 팔고, 2005년 10월 조선사업부를 매각했다. 이를 인수한 곳은 청해진해운의 대주주(39.4%)인 선박업체 천해지였다. 천해지는 인수 3개월 전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회사였다.
천해지의 주주는 새천년, 빛난별 등의 법인들이었다. 빛난별은 옛 세모의 하청업체들이 보유한 천해지 지분을 인수한 곳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위장 회사를 동원해 천해지를 세운 뒤 잃었던 기업을 되찾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 전 회장 측 사정에 밝은 인사는 23일 “부도가 났지만 챙길 것은 다 챙겨서 재투자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이후 급속히 문어발 지배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두 아들이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는 2008년 3월 천해지 지분 70.1%를 60억원에 사들였다. 2007년 10월 5000만원 자본금으로 세워진 아이원아이홀딩스가 반년 만에 매출 1038억원(2007년 기준)의 회사를 헐값에 인수한 것이다. 그런데 천해지를 넘긴 새천년은 3년 뒤 자진 청산했고, 빛난별도 유 전 회장 가족이 대주주인 다판다, 문진미디어에 보유 지분을 넘긴 뒤 법인을 정리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이런 식으로 56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가진 기업군을 거느리게 됐다. 97년 부도 이전 상황으로 되돌린 셈이다. 두 아들이 중심이 된 지분 구조를 봤을 때 편법증여도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은 현재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으며, 검찰 역시 우선 두 아들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최소 1000억원대의 횡령과 배임, 탈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국의 허가 없이 재산을 해외로 반출해 미국, 프랑스 등의 부동산을 매입한 단서도 확보했다.
◇‘구원파’ 지원 등에 업었나=유 전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 고위 임원 상당수는 구원파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파를 설립한 고(故) 권신찬씨의 아들과 며느리도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인적 연관성 외에 계열사와 구원파 단체 간의 자금 거래에서도 특수 관계임이 확인된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 전 회장의 차남이 대주주인 건설업체 트라이곤코리아에 2011년 말 기준 281억원을 장기 대여했으며, 현재도 대출금 259억원이 남아 있다. 청해진해운은 2005년 인천 굴업도 땅 1만3260㎡를 4억2000만원에 샀다가 2009년 7월 한국녹색회에 증여하기도 했다. 한국녹색회는 구원파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환경단체다.
검찰은 부도 이후 회사 재건 초기에 신도들의 지원이 있었고, 이후 세력 확장 때도 구원파 단체의 자산을 활용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종교단체 혹은 관련 영농조합 등에 계열사 자금을 부당지원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인천=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