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승선인원 아무도 몰라… 해운사·조합·해경은 ‘네 탓’ 공방

[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승선인원 아무도 몰라… 해운사·조합·해경은 ‘네 탓’ 공방

기사승인 2014-04-24 03:34:00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에는 몇 명이나 타고 있었을까. 정부는 476명이라고 밝혔지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승객들을 태운 청해진해운조차 몇 명이나 탔는지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코미디 같은 풍경은 발권 절차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승객·화물을 받는 해운사, 이들로부터 운영비를 받고 운항관리를 허술히 한 해운조합, ‘규정이 모호하다’며 철저한 감독에 나서지 않은 해경 등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냈다.

◇아무도 모르는 탑승자 명단=검찰이 발견한 37장 무기명 승선권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승선권을 판 해운사 직원들도 어디서 누가 얼마나 끊었는지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다. 다만 트럭을 탄 채로 배에 탄 화물기사나 그냥 화물 통로로 걸어 들어간 무임승차 승객을 위해 발권됐으리라 추측하는 상태다.

한 해운사 발권담당 직원은 “무기명 승선권이 나왔다는 건 정상적인 발권 과정이 아닌 다른 루트로 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선박 사고가 나거나 조사받게 될 경우 해운사가 급하게 화물차 기사 등의 신원을 적어 넣어 수습하기 위해 미리 무기명 승차권을 끊어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에 차량을 싣는 화물차 기사 등은 차를 운전해 실은 뒤 여객터미널로 돌아가 탑승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해운사들은 관행적으로 이를 생략하며, 대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무기명 승차권을 끊어둔다는 것이다. 세월호에는 이렇게 들어간 사람이 최소 37명으로 전체 승선인원 476명의 8%쯤 된다.

◇허술한 시스템 악용한 탈세·비자금 의혹=무기명 승선권조차 끊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월호의 미확인 탑승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 당장 승선명부에 없는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침몰 당시 살아남은 화물트럭 기사 A씨도 미확인 탑승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차량만 몰고 배 안에 주차한 뒤 그냥 표(승선명부)에 이름만 적었다”며 “아무것도 안 쓰고 들어가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권 업무와 통계 등은 모두 해운사가 직접 창구를 열고 관리한다.

해운사가 이렇게 하는 건 운임 수익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고 뒷돈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단골 고객과 후불 정산을 하거나 현금으로 운임을 받은 뒤 허술한 발권 시스템을 이용해 탑승시킨 뒤, 만일의 경우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미리 무기명 승선권을 발행해둔다는 것이다.

인천 여객터미널 관계자는 “발권하는 직원들은 해운사 소속이고 발권 기록이나 통계도 모두 해운사가 관리한다”며 “통상 발권기록과 탑승자 수를 맞춰보고 일치해야 출발하는데 화물 통로 등으로 들어갔을 경우엔 이를 확인하기도, 제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사가 인천항의 허술한 발권시스템을 악용해 비자금을 만드는 건 오랜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감독기관은 ‘네 탓’ 공방만=이런 탈세 수법을 방지할 관리·감독 책임은 한국해운조합과 상급기관인 해양수산부, 해경에 있다. 그러나 다들 관행이나 모호한 규정을 이유로 들며 ‘네 탓’ 공방만 벌이는 실정이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해경은 승객이나 적재량을 확인하지 않는다”며 “1차적으로 선장과 1등 항해사가 감독하고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서 점검토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물업체의 말은 다르다. A업체 관계자는 “물건을 배에 싣고 나면 먼저 선장과 1등 항해사가 나와 확인하고 이어 해운조합과 해경에서 다시 체크토록 돼 있다”며 “화물을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쓴 것보다 더 실을 경우에도 다 해경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해경에서 나와 직접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해운조합도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운조합 자체가 선사들로부터 운영비를 받아 유지되다보니 눈치를 보느라 이들의 편·불법 행위를 적극 제지하고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해운조합 관계자는 “여객관리나 화물적재 부분은 수사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또 해경 측은 “2012년 해운법이 개정되면서 직무충직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이 삭제돼 관리가 어려워졌다”며 “잘못을 발견해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조성은 전수민 황인호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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