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진도서 케밥 나눈 터키인 카야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함께해야 형제”

[세월호 침몰 참사] 진도서 케밥 나눈 터키인 카야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함께해야 형제”

기사승인 2014-04-25 15:38:00

[쿠키 문화]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24일 진도를 찾은 터키인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가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엄숙한 현장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케밥을 나누는 봉사활동은 빨리 접었지만, 이후 네티즌 사이에선 ‘형제의 나라에서 온 이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았던 터키 출신 영화배우 에네스 카야씨는 25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좋은 의도였기 때문에 마음이 전해졌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 친구들과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성금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직접 몸으로 돕고 싶어 터키 음식인 케밥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터키인 6명과 한국인 요리사 등 총 11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23일 밤 12시 약 2000인분의 케밥 재료와 바나나 30박스, 음료수 2500캔, 터키 전통빵 등을 한 트럭 가득 실고 서울을 떠났다. 다음날 새벽 진도에 도착해 케밥을 만들고 음식을 나눌 부스를 차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형제의 나라 터키’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걸었다. 이들은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희생자 가족들과 경찰·소방대원·자원봉사자들에게 터키 음식을 나눴다. 현장엔 설렁탕, 김치찌개 등 한국 음식 부스만 있어 이들의 케밥 부스가 눈에 띄었다. 축제 분위기 같다는 일부 시선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른 오후 1시쯤 봉사를 접었다. 남은 음식들은 모두 현장에 기부하고 다시 서울로 왔다. 이후 카야씨가 영화배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더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0년 영화 ‘초능력자’에 출연했었고 현재도 영화 ‘은밀한 유혹’의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카야씨는 “누구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혹시나 개인이나 터키음식에 대한 홍보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레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또 “터키 친구들 중엔 눈물이 나 가족들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친구도 있었다”며 “나는 오히려 자원 봉사를 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서 노력하고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002년 9월 대학 입학 차 입국한 카야씨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 한국인 기사를 만났던 일화를 꺼냈다. 그는 “어디에서 왔냐는 물음에 ‘형제 나라’라고 대답했더니 바로 ‘터키인이냐’며 차비도 깎아주시고 간식도 주셨던 기억이 있다”며 “그 때 한국은 터키의 형제라고 느꼈다. 10여년 한국 생활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도 남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카야씨는 마지막으로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나눌 수 있는 게 형제 아닌가. 가족 분들이 지금까지 무척 많이 고생하셨는데 꼭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사진=에네스 카야 페이스북 캡처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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