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팝페라 가수 임형주(28)의 노래 한 곡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다. 노래는 지난 25일 발표되자마자 벅스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등 7개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곡명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도 랭크됐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 위에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라는 가사가 포개지면서 시작되는 노래는 세월호 참사로 큰 슬픔에 젖은 국민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27일 전화로 임형주를 인터뷰했다. 임형주는 1998년 데뷔해 지난해 누적 음반 판매량이 100만장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뮤지션이지만 각종 음원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한 건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처음이다. 하지만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1위를 석권한 게 기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을 통해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많이 오는데, 이게 과연 축하받을 일인가 싶어요. 저는 그냥 제 노래가 유가족분들에게, 국민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어요. 음원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한 만큼 되도록 많은 분들이 들어주셔서 기부할 돈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어 사우전드 윈즈(A Thousand Winds)’라는 작가 미상의 시에 일본 뮤지션 아라이 만이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임형주는 2009년 2월, 이 곡을 우리말 가사로 번안해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추모곡으로 헌정했다. 하지만 원작자인 아라이 만이 한국어 버전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노래는 오래 불릴 수 없었다. 저작권 문제는 지난해가 돼서야 해결됐다.
임형주는 올해가 김수환 추기경 선종 5주기인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방한에 맞춰 8월 이 곡을 담은 앨범을 발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 추모식에서 이 곡이 사용되고 라디오를 통해서도 자주 흘러나오자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헌정하자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5년 전엔 이 정도의 반응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노랫말이 참사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큰 사랑을 받게 된 거 같아요. 그만큼 국민들의 상실감이 크다는 뜻이겠죠.”
임형주는 이날 새벽 2시, 조문을 하러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희생된 학생들 영정 사진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임형주는 “사진 속 아이들이 전부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왜 저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만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