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체육관 바닥에 누워 있던 10대 여성은 정 총리 사퇴 소식이 나오자 잠시 일어나 TV 화면을 바라봤다. 1분여 지켜보고는 “에휴~” 하며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워버렸다. 이후 대여섯 차례 총리 사퇴 뉴스가 TV에 나왔지만 반응을 보이는 가족은 별로 없었다. 일부 가족들은 둘러앉아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후 흩어져 체육관 바닥에 지친 몸을 뉘었다. 점심시간에도 대부분 밥보다는 찬 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50대로 보이는 남성은 “○○야, 어디 있냐. 밥먹자” 하며 다른 가족을 챙기기도 했다.
팽목항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50대 남성은 총리 사퇴 소식을 전하는 대형 스크린 바로 옆을 지나 방파제로 걸어 나가더니 담배를 피워 물었다. 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지만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걸치지도 않았다. 까맣게 탄 피부와 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 붉게 충혈된 눈이 사고 후 10여일간의 마음고생을 말해주는 듯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침묵했지만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던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팽목항에서 식사 지원을 하고 있는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진작 그만뒀어야 했다. 다른 장관들도 당장 그만둬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봉사자들은 “총리라는 사람이 저렇게 가볍다니…” “지금 그만두는 건 무책임한 것 아니냐” “최소한 실종된 사람들을 바다에서 다 끌어올린 뒤 그만둬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