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모터 전동침대 제조사, 결국 퍼시스에 ‘패’

3모터 전동침대 제조사, 결국 퍼시스에 ‘패’

기사승인 2014-04-29 16: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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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실패…“대기업 자본력만 살아남을 것”

[쿠키 건강] 중소기업청이 전동식 의료용침대 등 7개 제품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퍼시스'라는 대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추진해온 전동침대 제조사는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은 국내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이고,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실적이 10억 원 이상인 제품에 해당한다. 현재 책상 및 가방, 개인용 컴퓨터 등 201개가 지정돼 있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중견· 대기업 및 외국산 제품의 공공 조달 입찰 참여가 원칙적으로 차단되며, 해당제품을 직접 제조, 생산하는 중소기업만이 공공 조달시장에 참여 가능하다. 이번에 추가 지정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은 2015년 말까지 유효기간을 갖는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더라도 사립병원에서는 대기업, 중견기업도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다.

전동침대 생산기업 현황을 보면 중견기업 2개, 중소기업 26개. 유통 소상공인 5개 등이다. 시장 규모는
공공 조달시장 19억원, 민간시장 102억 원에 달한다. 전동침대는 제조 중소기업자와 중견기업, 유통 소상공인 사이에 상당한 쟁점이 됐다. 3모터를 지정하면 중견기업인 성심의료산업이 빠지면서 한림의료기가 독점을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전동침대의 핵심 부품인 모터 수 2개 이하만 지정하기로 했다. 1, 2모터는 전체 공공 조달시장의 34%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머지 64%는 3모터 제품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청은 "지속적인 기술개발(R&D) 및 전문화를 통해 성장한 중견기업 및 그동안 공공 조달시장에 납품했던 유통 소상공인과 제조 중소기업 사이에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제조사들 “아쉽다”, “다행이다” 엇갈린 반응

이에 전동침대 제조업계는 아쉽다는 반응과 다행이라는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박희병 전무는 "1, 2개 모터로 한정했고, 3개 모터는 한림의료기가 독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쟁 체제로 뒀다. 1,2개 모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조사는 안도하고 있지만, 3모터 시장은 대기업인 퍼시스와 자율경쟁을 해야 하고 중소기업 보호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한림의료기 김흥렬 이사는 "실제적으로 1모터를 시장에서 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모터는 일부는 있지만, 최근에는 거의 3모터만 입찰이 나온다"라며 "우선 아쉬운대로 1년 정도는 지켜보고 있다가 퍼시스가 입찰을 지나치게 차지하면 어떻게든 추가적인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병원 전동침대 싸움의 발단은 3모터 전동침대 보훈병원 입찰에서 시작됐다. 퍼시스의 가격인하 정책으로 한림도 덩달아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고, 곧바로 다른 국공립병원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정보가 퍼지면서 사립병원에서도 예전가격을 보상받지 못하게 됐다. 공공병원에서라도 출혈경쟁이 아닌 적정 가격을 돌려놓기 위해 지정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김 이사는 "2013년에 100만원을 주고 제품을 판매했다면 2014년에 100만원에서 단돈 1만원이라도 올려받아야 하지만, 경쟁사가 출혈경쟁을 하면서 거의 마진이 없는 가격이 형성된다. 그만큼 버틸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만 살아남고, 힘의 논리가 시장에 지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업체들 간 출혈경쟁을 하다 보면 언젠가 퍼시스만 남게 되고, 지금 다행이라 여긴 제조업체들도 못견디게 된다는 것. 최후에는 퍼시스도 시장을 접어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번 구입하면 10년~15년 이상 사용하고 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전동침대 시장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심지어 병원이 어려워지면서 새로 지어지는 병실, 병상도 별로 없다.


이에 대해 퍼시스, 성심의료산업, 스트라이커, 힐룸 등의 연합체는 "당장 생존을 위한 경쟁이 먼저다. 입찰제한으로 3모터 전동침대에서 특정 회사가 독점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시장과 고객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항변했다.

◇영세한 제조기업 사장은 자연스러운 흐름?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의료기기산업 구조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제품이나 소모품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기기제조사 대표는 "업체의 존속 여부와 관계없이 고객은 대형마트처럼 싸고 다양하고 좋은 제품을 원한다. 병원이 어려운 환경에 놓이면서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다 보면 국내 제조업체들은 연구개발 투자는 커녕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아야할 것"으로 걱정했다.

작은 시장에서 최후에 남는 것은 대기업이고, 마진을 최소화하면서 버티는 것도 결국 대기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의료기기는 대기업의 독점 구조가 되고, 다시 가격을 올리게 되면 고객에 피해가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경쟁적인 제품이 들어오지 못한 채 폐쇄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아예 시장을 사장시킬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또다른 제조사는 "시장이 크지도 않은데 대기업이 들어와서 출혈경쟁을 해버리면 국내 제조사들은 생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심지어 한 제조사는 직접 영업 체제에서 직원들을 다 퇴사시키고, 대리점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앞으로 문닫는 업체들도 늘어날 것"으로 호소했다.

제조사들이 야속한 것은 고객의 선택이다. 업체와 존속과 관계없이 대기업의 후광에 비친 제품을 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사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전동침대나 의료용 가구의 경우 퍼시스 외에도 좋은 수입제품을 쓰고 싶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공공기관이라도 무리한 입찰제한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며 "국내 제조사들도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보건복지부 이석규 보건산업진흥과장은 "국내사들도 R&D 투자를 통해 실제 빅5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배출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화장품 회사는 글로벌 100대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3개가 있지만, 의료기기는 전무하다. 앞으로 국내 시장 성장을 이끌만한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임솔 기자 slim@monews.co.kr

송병기 기자
sl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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