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화훼협회가 안산 합동분향소에 국화 2만여 송이를 무상 지원하려 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의 소통 부재로 전량 경매 시장에 팔린 사실이 공개됐다. 네티즌은 “공무원의 안일한 업무 처리 때문에 국화가 떨어져 많은 이들이 헌화를 못 했다”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서울신문은 28일 공무원들의 안일한 업무 처리로 화훼협회에서 제공한 국화 2만여 송이가 분향소에 전달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화훼협회 임영호(59) 회장의 요청으로 경남 창원 화훼 농가들은 기증용 국화 2만 송이를 준비했다. 임 회장은 25일 오후 6시10분쯤 꽃을 전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전화를 걸었다.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 학생 장례지원단’ 근무자의 번호를 알기 위해서였다.
교육청 공무원은 파견된 직원의 개인정보를 줄 수 없다는 답변을 했고 임 회장은 결국 장례위원회 사무전화를 통해 현장 직원에게 국화를 무상지원 한다는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26일 오전까지 어느 곳에서도 답변을 주지 않자 임 회장은 국화의 유통기한인 1주일을 고려해 2만 송이 꽃을 경매로 넘겨야 했다.
임 회장은 “엉뚱하게 상조회사에서 26일 밤 10시쯤에 전화가 왔다”며 “회사는 ‘조문객이 많아 일요일에 바로 국화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꽃을 유통처리까지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조업체 직원도 기부를 받기 위해 연락한 것은 아니었다. 한 직원은 “송이당 1000원에 사들이는 국화가 부족하던 차에 정부에서 화훼협회를 통해 꽃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연락한 것이지 무료로 주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화훼협회는 국화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공무원끼리 소통이 되지 않아 기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결국 합동분향소에 준비된 국화는 지난 주말 동이나 검은 리본으로 대체됐다.
현장에서 임 회장의 메모를 확인한 공무원은 “화훼협회와 통화하면 부족한 국화를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 받아 담당자에게 줬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 장례지원단에 파견된 12개 부처 직원을 대상으로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화훼협회는 자영업이 불가능한 사단법인이고 무상이라고 밝혔다”며 “소속과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연락 한 번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자기 일처럼 업무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조금만 신경 쓰면 놓치지 않을 부분인데” “타 부서 업무는 우리 일 아니라는 공무원 방식”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책임을 미루는 부분에는 탁월하다” “국화 받으면 보고서 올리고 또 분출해야 하니까 많이 귀찮았을 거다” 등의 비아냥도 쇄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정훈 기자 oik416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