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분위기 안 맞아” 애도 문자 ‘철거’… 현장 장례지원단 “몰랐다”

[세월호 침몰 참사] “분위기 안 맞아” 애도 문자 ‘철거’… 현장 장례지원단 “몰랐다”

기사승인 2014-04-30 13:44:00

[쿠키 사회] 침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공식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추모 문자메시지 수신 시스템을 안산시가 “분향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자 장례절차를 담당하는 정부 장례지원단은 현장에 있으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추모 문자메시지 수신 시스템이 간밤에 중단된 사실이 30일 확인됐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의 추모 메시지가 들어오는 창구였지만 분향소를 관리하는 안산시는 “분향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사망자 장례절차를 담당하는 정부 장례지원단은 현장에 파견돼 있으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안산시 관계자는 “원래 이전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착오가 있어 공식 분향소로 이전됐다”며 “국가보훈처에서도 ‘정부 관례와 맞지 않으므로 설치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고 싶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철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안산시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추모객A씨는 “분향소에 올 때마다 문자메시지를 보면서 전세계와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 같아 위안이 됐는데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황당한 이유로 철거됐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추모객 B씨는 “이미 #1111이 많이 알려져 안산에 못 오는 분들이 추모 메시지를 보내는 걸로 알고 있다”며 “행정기관의 융통성 없는 조치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지난 25일 오후 12시부터 추모 메시지 수신번호(#1111)를 운영했다. 앞서 25일 문을 연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2개와 문자 수신 시스템은 29일 자정부터 안산 단원고 초지동 제2주차장에 세워진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로 옮겨졌다.

공식 합동분향소에서도 양쪽에 2개의 대형 모니터에 한쪽에는 희생자 사진이, 다른 한쪽에는 추모 메시지가 공개 됐다.

그러나 공식 합동분향소 운영 첫날인 29일 오후 11시쯤 분향소 내부에 마련된 추모 문자메시지 수신 시스템이 끊기고 희생자 사진을 송출하던 모니터도 꺼졌다.

논란이 커지자 안산시 관계자는 “일단 영정을 화면에 띄우는 것은 추모객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분향소 분위기와도 맞지 않다고 판단돼 철거했다”며 “하지만 추모 문자메시지 수신 시스템은 추후 다른 장소를 물색해 이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추모 메시지 수신 시스템은 한 문자메시지 수신 전문업체가 국가적 재난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25일 무료로 설치해 준 것이다.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들도 모두 협조해 #1111로 보내지는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정훈 기자 oik416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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