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하란 방송에도 승객들 탈출’…붕괴된 안전시스템, 이번엔 서울지하철 추돌

‘대기하란 방송에도 승객들 탈출’…붕괴된 안전시스템, 이번엔 서울지하철 추돌

기사승인 2014-05-03 00:58:01

[쿠키 사회] 세월호 참사 와중에 서울 한복판에서 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 사고가 일어나 500여명이 대피하고 200명 넘게 부상했다. 지하철 1호선 열차도 제동장치 이상으로 멈춰서 승객들이 대피하고 후속 운행이 지연됐다. 2주 넘게 세월호 참사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은 일상생활과 직결된 대중교통 사고까지 발생하자 더욱 증폭된 불안감에 휩싸였다. 정부의 안전 시스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일 오후 3시3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던 2260열차가 앞에 멈춰 있던 2258열차를 들이받았다. 승객들은 바닥에 넘어지거나 객차 시설물에 부딪혀 238명이 다쳤다. 2260열차 기관사 엄모(45)씨 등 3명은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추돌 직후 객차 내부는 정전됐다. 일부 승객은 어둠 속에서 차량을 더듬어 비상 레버로 출입문을 열고 탈출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같은 화재를 우려해 앞다퉈 열차를 빠져나가느라 큰 혼란이 빚어졌다. 추돌 충격으로 차량연결기(객차와 객차를 연결하는 고리) 7개가 파손됐고 객차 2량이 선로를 이탈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맞은편 선로로 역에 들어오는 열차와 부딪힐 위험이 있어 승무원이 일단 열차 안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한 뒤 각 객차를 돌아다니며 출입문을 열었고 이후 맞은편 승강장으로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사고는 열차 간 200m 안전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열차 자동정지 장치가 파손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2260열차가 진행하던 도중 갑자기 정지 신호가 들어와 비상 제동을 했지만 안전거리가 유지되지 않아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지점이 곡선 선로여서 기관사가 앞에 정차해 있던 2258열차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소방인력 경찰 등 213명과 구급차·소방차 58대가 동원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직후 현장에 달려가 수습 작업을 지휘했다. 서울동부지검과 서울경찰청은 수사본부를 꾸려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1991년 서울 개봉역 전동차 추돌 사고로 50여명이 부상한 뒤 23년 만에 유사한 사고가 재발한 터라 ‘안전 시계’가 90년대로 되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에서도 오후 7시10분쯤 의정부행 코레일 소속 열차 승무원이 “차량 아래쪽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고 신고해 승객들이 모두 내려야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가 역에 진입했는데 총 80개 브레이크 중 1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때문에 민감한 시기여서 일단 승객들을 내리게 하고 열차를 군자차량기지로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강준구 기자
foryou@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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