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누드퍼포먼스 정강자 화백 5월 7~12일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한국 최초 누드퍼포먼스 정강자 화백 5월 7~12일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기사승인 2014-05-07 11:57:00

[쿠키 문화] 전화기 너머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희(70세)를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힘이 세고 열정적인 목소리였다. 한국 최초의 누드퍼포먼스를 벌인 정강자(72) 화백. 서울 행당동 작업실에 방문하니 목소리만 그런 게 아니었다. 40~50대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예술세계라는 거울’ 앞에서 끊임없이 붓질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누나처럼 보였다.

그의 화면은 맑은 동심과 원시적인 에너지로 설명할 수 있다. 반원이 그려내는 독특한 이미지가 특징적이다. 1960년대 한국현대미술사를 장식한 퍼포먼스, 1980~1990년대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세계 오지를 여행하며 가슴에 품었던 원시성과 순수성이 묻어난다. 1990년대 이후 관심을 기울였던 춤과 최근 10년간 매진해온 반원의 조형세계가 그의 작품을 이룬다.

구상미술의 고향인 대구에서 태어나 홍익대를 나온 작가는 1968년 그 유명한 서울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정찬승 강국진과 함께 ‘투명풍선과 누드’라는 해프닝을 선보였다. 1987년부터 1991년 사이 중남미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태평양 등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다. 오랫동안의 원시 여행으로부터 20여년이 흘렀고, 거대한 대자연의 숨결과 해맑은 눈동자 등을 화폭에 함축적으로 옮겼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을 한다. 결혼 이후 한때 작업에 소홀한 적도 있었지만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다. 그만큼 작업에 대한 열정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심히 작업해왔으니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의 작업 주제는 ‘사람’이다. 생명력을 상징하는 인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작가의 작품은 반원을 모티브로 한다. “점묘법 화풍으로 유명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에 깊이 빠졌지요. 우주의 시작이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0여년간 고통과 빈곤과 싸우며 작업하다 나만의 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반원이에요. 원을 반으로 자르면 반원이 되는데, 곡선과 직선을 모두 갖고 있지요.”

그 형태는 바로 우리 겨레의 선(線)과 매우 닮아있다. 예컨대 한복의 선(線), 한옥처마의 선, 굽이굽이 이어지는 우리강산의 선 등이다. 음악으로 표현하면 아리랑 같은 느낌의 곡선이다. 올곧은 직선들과 유연한 곡선들이 그의 작품세계를 만들며, 색채는 자신에게 열정과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단순함과 강렬함의 앙상블이 영원을 향한 ‘빅뱅’(팽창)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최신작 30여점을 모아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5월 7일부터 12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반원 모양의 숲에 코끼리와 사람이 어우러진 ‘정글’을 비롯해 ‘나뭇잎 사이로 은하수를 보다’ ‘누드’ ‘독도와 장구춤’ ‘태풍의 눈’ ‘킬리만자로의 새’ 등을 선보인다. 역동적인 내면의 생동감과 자아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02-736-1020).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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