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막내기자 반성문 릴레이에 보도국장은 “대자보 정치 말라” 파문 확산

KBS 막내기자 반성문 릴레이에 보도국장은 “대자보 정치 말라” 파문 확산

기사승인 2014-05-08 10:52:00

[쿠키 사회] 국가재난 주관 방송인 KBS 내부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를 자성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 보도국장이 “대자보 정치”라고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다.

KBS 38~40기 40여명이 동의해 10명이 대표로 쓴 글에서 이들은 사고 현장에 가지 않고 리포트를 만들었으며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은 상태로 기사를 썼다고 털어놨다.

‘반성합니다’라는 말머리를 단 글들에는 “유가족들이 울부짖을 때 우리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었다”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장비는 정부 발표를 비판하라고 국민들로부터 받은 것 아닌가” “현장에서 KBS 기자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쳐 부르는 속어) 중의 기레기이다” “팽목항에선 KBS 잠바를 입는 것조차 두렵다” “시야는 좁아지고 고민은 얄팍해진 하루살이가 됐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만 대변하려거든 능력껏 청와대 대변인 자리 얻어서 나가서 하라”는 보도국 간부들을 겨냥한 문구도 나왔다.

보도국 간부들은 막내기자들의 행동을 폄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이 같은 비판을 접한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후배들이 현장에서 문제제기 안하고 뒤통수치듯 이런 글을 쓰는 걸 이해 못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시곤 보도국장 역시 “후배들의 이런 글은 대자보 정치다. 부장이 후배들과 대화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며 “그럼 KBS가 실종자 가족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간부들의 반응에 기자들은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대 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하면서 토론회에서 나온 반성의 결과물을 KBS 뉴스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바란다”며 “보도본부 수뇌부가 진지하게 응답할 때까지, 우리는 함께하는 선배들과 함께 ‘반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언론노조 KBS본부는 7일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더 이상 침몰하는 KBS를 지켜볼 수 없다. 입 닫고 눈감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났다”며 “길환영 사장, 임창건 보도본부장, 김시곤 보도국장은 당장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KBS 사측은 보도본부 명의로 홍보실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고 “후배 기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지금 듣고 있고, 필요하다면 토론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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