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외교관에 막힌 북한의 '입'

한국 女외교관에 막힌 북한의 '입'

기사승인 2014-05-09 01:53:00
[쿠키 지구촌]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장. 이달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한국의 백지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고위급 공개토론의 사회를 보고 있었다. 토론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규범인 안보리 결의 1540호 채택 1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오전에 윤병세 외교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사회를 본 뒤 의사봉을 백 차석대사에게 넘겼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표에 이어 북한 리동일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마이크를 잡자 참석자들의 이목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리 대사는 1945년 이후 냉전을 거쳐 최근까지 핵 개발과 확산의 역사를 설명한 뒤 곧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이 전 세계 핵 확산을 배후에서 사주하고 있다며 미국 비판으로 돌아섰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핵 협박’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상황과 북한의 핵 문제에 관해 장황한 발언을 이어갔다.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으로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범이라는 종전의 주장도 반복했다.

리 차석대사는 이런 상투적인 내용으로 발언시간을 무려 10분 이상 초과했다. 이에 백 차석대사가 “4분으로 제한된 발언시간을 이미 크게 초과했다”며 “빨리 발언을 끝내라”고 1차 경고를 줬다. 하지만 리 차석대사는 “(북한은) 미국을 표적으로 한 핵 공격수단을 이미 다양화했다”는 등 미국에 대한 비난을 계속했다. 백 차석대사가 10초 카운팅을 하면서까지 압박했지만 리 차석대사는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결국 백 차석대사가 마이크를 끄고 다음 발언 신청국인 우크라이나에게 ‘강제로’ 마이크를 넘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리 차석대사는 북한 외무성 군축과장을 역임한 실력파로 유엔 외교가에서 북한의 ‘입’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영어가 유창하고 행동도 세련돼 북한 외무성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논리를 전파하기 위해 파견한 ‘간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 차석대사는 1985년 외무부에 들어와 제네바 참사관,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윤 장관은 “북한은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한 유일한 국가”라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장관은 “오늘날 핵 비확산, 핵안보, 핵안전 분야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북한의 핵 문제”라며 이로 인해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
배병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