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미국에서 13조원이 넘는 거액을 익명으로 기부한 ‘미스터리 천사’의 정체가 밝혀졌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10일(현지시간) 헤지펀드 출신인 직장 동료 데이비드 겔바움(65), 앤드루 셰히터(54), 프레더릭 테일러(54)가 1990년대부터 익명으로 인권신장과 환경보호, 질병퇴치 부문 등에 총 13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를 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3명이 내놓은 기부금은 미국 자선단체 중 게이츠재단, 포드재단, 게티재단의 기부액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다. 카네기재단과 록펠러재단의 현재 보유자금 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비즈니스위크는 자체 입수한 미국 국세청 자료를 통해 이들의 선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일에 가려 있던 이들의 정확한 신원과 기부 액수가 파악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여러 개의 기부단체를 만들어 각각 다양한 분야에 쾌척해왔다. 셰히터는 희귀 불치병인 ‘헌팅턴병(근육이 뜻대로 되지 않고 저절로 움직이는 병)’의 치료법을 찾는 데 2011년까지 1억 달러 이상을 내놨다.

테일러는 지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한편 동생의 아시아 에이즈 예방 활동, 미국 고교 졸업률 증진 활동 등에 2012년까지 1300만 달러를 줬다.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겔바움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자 지원에 주력했다. 이들이 이런 거액을 모은 것은 1980년대 함께 만든 ‘TGS’라는 헤지펀드를 통해서다. 이 펀드는 현재 증권가에서 흔히 쓰이는 컴퓨터 계량분석(퀀트) 투자 분야를 개척한 곳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일반적인 다른 거액 기부자들과는 달리 이들은 철저히 정체를 감춰왔다. 특히 기부단체들의 운영권을 다수의 비공개 회사·재단에 걸쳐놓는 식으로 누가 기부했는지를 추적할 수 없도록 했다. 겔바움은 2004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많은 돈을 갖고 있고 또 많은 돈을 기부했다고 해서 굳이 남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