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감독의 이 같은 행보는 ‘독한 야구’를 펼치겠다는 취임 일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말하는 ‘독한 야구’란 “점수차가 아무리 크게 나더라도 끝까지 야구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선수들이 한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프로선수로서 찾아온 팬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기본 덕목을 강조한 것이었다.
양 감독의 ‘독한 야구’는 첫날 몇 차례나 밝힌 ‘냉철한 야구’와 맞닿아 있다. 그는 “순간 순간, 1분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홈런 축하 대신) 다음을 어떻게 준비할 지에 대해 (코칭 스태프와) 의논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 중 생수병 대신 긴 물컵에 담긴 물을 마셨던 그는 “감독이 생수병을 들고 마시는 장면을 보면 당황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말해 그의 준비된 디테일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표정을 풀지 않은 것을 두고 그는 “1승마다 희비를 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금 어둡다 싶은 느낌으로, 경기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첫날 보여준 ‘독하고 냉철한 야구’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승리 직후 모자를 벗는 모습이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도와준 코칭스태프에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고, 이어 열심히 뛴 선수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이했다. 여전히 모자를 벗은 채였다. 감독이 먼저 자신을 내려놓은 LG는 이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화답하는 일만 남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