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남은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 지칠대로 지쳤다

[세월호 침몰 참사] 남은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 지칠대로 지쳤다

기사승인 2014-05-15 23:39:00
[쿠키 사회] “6반은 이제 2명 남았어요. 그 중 한 명이 우리 아들이에요.”

15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진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근처에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성이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A(17)군의 아버지였다. 담배가 필터까지 타들어갔지만 왼손에 든 물통을 만지작거리며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벌써 사고 한 달째네요”라고 말을 걸자 아버지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이미 한번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세월호 침몰 이튿날 “아들 시신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곧장 달려갔더니 다른 학생이었다. 바지 주머니에서 A군 학생증을 발견한 구조팀이 잘못 발표한 것이다. 이후 한 달째 아들은 바다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아들이 착하고 성실해서 친구 같았다”며 “내가 못난 아빠인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벌겋게 상기된 눈으로 말했다.

옆에서 그를 바라보던 3반 B(17)양의 어머니는 “내가 저 마음 잘 안다”고 했다. B양 시신은 지난 6일 발견됐다. 어머니는 장례를 치른 뒤 지난 14일 남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려 다시 진도로 내려왔다. “우리 애 발견됐다고 연락 왔을 때 내가 얼마나 감사했는지… 다른 가족들이 저보고 어떻게 하냐며 울었는데 저는 오히려 박수를 쳤어요. 그 기다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요.”

희생자 중 253번째로 수습된 B양은 한 손에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다. 수압 때문에 고막도 상한 상태였다. 그러나 어머니 눈엔 여전히 한없이 예쁜 딸이었다. 어머니는 “아직 수습되지 않은 3반 학생은 1명”이라며 “10년 만에 얻은 딸을 찾아 바지선까지 왔다 갔다 하는 부모의 정성을 봐서라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4시 현재 세월호 실종자는 23명이고 그중 11명이 단원고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을 기다린 가족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다.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천막이나 가족 숙소에 앉아 하염없이 수습 소식을 기다린다. 진도 실내체육관도 비슷했다. 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 20여명은 서로 말을 아끼며 텅 비다시피 한 체육관에 앉거나 누워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한 가족은 “첫날 다 죽었다. 에어포켓이니 뭐니 다 거짓말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며 울먹였다. 다른 가족은 “민간 잠수사 숫자가 아직도 부족하다. 왜 더 안 늘리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족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마지막까지 여기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를 영영 못찾는 것이다. A군 아버지는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건져달라는 건데 그것도 이렇게 어려울 줄 누가 알았겠냐”며 “너무나 비참하게도, 시신을 찾은 가족들이 부러워 못견디겠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저 바다와 싸우고 싶지만 이제 체력도 기력도 모두 잃었다”며 “빨리 이 기다림이 끝나기만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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