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트릭아이(Trickeye) 뮤지엄에 가보셨는지. 트릭아이란 프랑스어로 ‘속이다’와 ‘눈’의 합성어인 ‘트롱프뢰유(Trompe-l’œil)’의 영어식 표현 ‘Trick of the eye’의 줄인 말이다. 착시를 이용해 평면 그림을 3차원으로 보이게 하는 미술기법을 말한다. 트릭아이의 대표적인 공간이 서울 마포구 홍익로 3길, 서교호텔 뒷골목 서교플라자 지하에 들어서 있다.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3D 체험미술관 ‘트릭아이미술관’이다. 이곳에서는 웃고 떠들며 마음대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여느 미술관처럼 ‘사진촬영 금지’ 안내문구가 없어 자유롭다. 명화를 코믹하게 패러디한 작품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사람과 동물이 관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관람객이 거대한 거인으로 변하는가 하면, 가만히 서 있는데도 천장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무서운 이빨을 드러낸 커다란 물고기 입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착시효과와 우주선 안의 무중력 상태를 간접 경험하는 코너도 있다. 명화, 판타지, 어드벤처, 트래블, 사파리, 로맨틱, 거울미로 등 총 7개의 주제로 나뉜 전시실에서는 정기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교체해 선보인다. 유명 작가의 작품 전시도 없고 전시관의 규모가 웅장하거나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홍대 앞 뒷골목 지하 2층 건물에 착시형 3D 미술작품을 선보일 뿐이다. 2010년 개관한 이곳은 2011년 1만6000명, 2012년 16만명, 2013년 32만명으로 외국인 관람객이 급증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태국이 5만3500명으로 가장 많이 찾았다. 홍콩 4만500명, 중국 3만9500명, 대만 9700명, 싱가포르 5000명 순이다. 한 해 50만명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2012년 8월 파차라키디아파 마히돌 태국 공주가 비밀리에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태국 단체 관광객들이 공주를 알아보고 연신 절을 올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태국에선 왕족을 신성한 존재로 보고 어디서나 경배하는 전통이 있다. 푸미폰 국왕의 첫째 손녀딸이자 현직 검사로 왕위계승 서열 3위인 공주는 결국 관람을 포기하고 미술관을 떠나야 했다.
이 미술관이 해외 관광객과 국내 관람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금기가 없다. “만지지 마세요” “사진촬영 금지”라는 문구가 없다. 둘째, 관람객이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셋째, 3D의 생생함이 살아 있다. 미술관 벽과 바닥에 설치된 모든 작품은 특수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원근법을 활용해 시각적 3D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중국 문화를 응용한 중국관은 유명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웃고 즐기며 사진을 찍느나 바쁘다. 실물 크기의 얼음 조각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아이스뮤지엄에 들어가면 냉장고 안에 있는 것처럼 시원하다 못해 춥다. ‘19금’ 러브뮤지엄 입구에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상체 누드를 드러낸 채 청바지를 입고 있다.
트릭아이미술관의 인기는 세계 최대 다국적 여행전문커뮤니티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그대로 확인된다. 트립어드바이저는 3월말 기준 서울 소재 180개 박물관 미술관 중에서 방문자 평가 점수 랭킹 1위로 트릭아이미술관을 선정했다. 2위는 국립중앙박물관, 3위 삼성미술관 리움, 4위 국립민속박물관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의 힘은 블록버스터 전시를 능가하고 있어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부산과 제주에 분관도 있다. 부산과 제주에 분관도 있다. 아시아권에서 한류미술관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릭아이미술관은 6월 5일 싱가포르 센토사리조트월드와 손잡고 해외 1호점 트릭아이미술관을 개관한다.
센토사리조트월드 내 유니버설 스튜디오, 세계 최대 씨아쿠아리움과 나란히 들어서 월드클래스의 쟁쟁한 어트랙션 업체로 관람객 유치를 경합하며 한류 미술관으로서 위상을 평가 받을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홍콩 최대 관광명소인 빅토리아파크에 항룽그룹과 손잡고 홍콩 점과 12월 세계 최대 골프장 기업인 미션힐즈와 합작으로 중국 심천과 해구에 잇따라 분관을 열 예정이다.
2015년에는 중국 태국 등 6곳에 순차적으로 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홍대 앞 뒷골목에서 시작한 트릭아이 한류미술관 열풍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강형구 트릭아이미술관 대표는 “올해 외국인 관람객 목표는 50만명”이라며 “트릭아이미술관이 직영할 예정인 외국 전시관은 연간 200억원을 벌어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뮤지엄 한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박물관·미술관 상설 전시장 입장료가 무료인데 반해 트릭아이미술관은 비싼 편이다.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이다. 하지만 해외 명화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데다 작품을 만지고 사진 찍고 올라탈 수 있는 3D형 체험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연일 관람객들이 북적이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02-3144-6300).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