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17일 “전날 열린 KBS 기자협회 총회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폭로한 내용을 밝힌다”며 20여분의 동영상 파일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김 전 국장은 “유가족들이 나의 사퇴, 사장의 사과를 요구한 뒤 새벽 3시에 임원 회의실에서 사장, 부사장, 임원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며 “이 자리에 정면 돌파하는 것으로 결정, 확인했지만 기자회견 35분을 남기고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사장이 회사를 그만 두라고 했다”면서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회유를 했고 이를 거역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 대통령의 뜻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가 KBS 보도에 개입했던 사례도 일부 털어놨다. 그는 지난 5개월간 정치 부분에서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정부 여당 비판도 한 차례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서는 “정부 쪽에서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며 “한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해경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장이 보도본부장실을 방문해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환영 사장은 사퇴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공영방송 KBS 보도와 인사에 대한 개입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과 방송 편성의 자유,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해온 길환영 사장과 이에 앞장선 이정현 홍보수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총파업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며 “정권의 공영방송에 대한 부당한 개입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차기 사장 선임 전까지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을 약속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