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배가 많이 기울었다. 아이들 구하러 간다. 수협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부인에게 휴대전화로 마지막 말을 남기고 배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숨진 ‘의인’ 승무원 양대홍(45) 사무장의 영결식이 18일 엄수됐다.
영결식은 18일 오전 6시 30분부터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지인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0분간 진행됐다.
유족들은 양 사무장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운구차량을 한동안 따라가다가 울음을 터트리거나 주저앉았다.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차량은 인천시 서구 가좌동 양씨의 자택을 들렀다. 유족들은 간단하게 노제를 지내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양 사무장의 시신은 인천시 시립 화장장인 부평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봉안당에 안치됐다.
양 사무장은 세월호 참사 한 달여만인 지난 15일 전남 진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
양 사무장은 생전에 검소했으며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식도 고인의 뜻을 이어 최대한 검소하게 치러졌다. 유족들은 부의금도 정중히 사절했다.
양 사무장은 사고 당시 부인 안모(43)씨에게 휴대전화로 전화해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수협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길게 통화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세월호 선장 등 선박직 직원들이 배를 버리고 달아난 것과 비교된다.
고인은 세월호가 거의 90도로 침몰하는데도 탈출하지 않고 승객 구조를 하다 끝내 숨진 유일한 고위 승무원이다.
양 사무장의 희생정신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의사자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 서구는 다음 주중 양 사무장에 대한 의사자 선정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세월호에 탑승한 인천 거주민 36명 가운데 19명이 구조됐으며 1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세월호 승무원인 이모(55)씨는 아직 실종 상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