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끊이지 않는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 갈등… 이면을 보면?

[wide&deep] 끊이지 않는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 갈등… 이면을 보면?

기사승인 2014-05-22 20:29:00
[쿠키 경제]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은행장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충돌 후폭풍은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확산일로다.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정책 판단의 차이라고 하지만 이면에는 대규모 사업 이권과 인사문제 등이 숨어 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은 일반 기업의 경영권 갈등과 차이가 있다. 은행의 공적 기능 때문이다. 갈등이 심화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금융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마련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회장-행장 갈등 이면엔 권력다툼·줄서기=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금융 그룹에서도 과거 윤병철 회장과 이덕훈 행장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때도 매트릭스 조직 도입 과정에서 은행장 권한을 축소하려 하자 이종휘 행장, 이순우 행장 등이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은행 내에선 지주회장과 행장이 겸임할 때 가장 말썽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은행이 지주의 90% 이상 수익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지주회장이 은행의 자율 경영을 무시하고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면서 갈등이 빚어진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지배구조 자체가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지주와 자회사 갈등은 ‘낙하산’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출신과 선임 배경, 정치권과의 관계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기획재정부 출신 ‘모피아’고, 이 행장은 연피아(연구원 출신)다. 신한금융 내분사태 때는 라응찬 회장이 호남출신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배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신한금융 지주 내 줄서기와 권력 다툼 끝에 결국 이백순 행장이 라 회장의 힘을 업고 신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천억대 전산시스템 변경, 이권 개입 의혹=시중은행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이권개입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변경을 놓고 리베이트설이 나오는 가운데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측근들이 각각 IBM의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시스템 쪽과 연관돼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국내 금융권의 주 전산시스템은 대체로 메인프레임 시스템과 유닉스 시스템으로 양분된다. 기존엔 메인프레임이 우세했으나 유닉스의 공세로 최근엔 국민·우리은행 정도만 메인시스템을 사용하고, 다른 은행들은 유닉스 시스템을 쓰고 있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시스템은 운용방식이 달라 인력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2일 “한 시스템을 결정하면 10년 정도는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닉스가 선정되면 그쪽 라인의 사람들만 승승장구하고 나머지는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IT 부서 내에서는 시스템 기종을 두고 갈등이 많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의 로비가 치열하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스템 교체에만 몇 천억원이 들고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번 선정되면 업체에 큰 이득”이라며 “특히 덩치가 큰 은행의 경우 업체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통상 IT 사업 발주 과정에서 은행이 프로젝트 규모의 10%까지 리베이트를 받는 관행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금융소비자원도 국민은행 내분 원인이 전산시스템 교체에 따른 이권에 있다며 임 회장, 이 행장, 국민은행 사외이사 전원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은 김중웅 이사회 의장 요청에 따라 23일 감사위원회에 이어 긴급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긴급 이사회에서는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의혹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사회가 국민은행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손본다=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중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 행사 방식을 투명화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내분 사태를 계기로 금융지주 체제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일단 지주 회장이 자회사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때 경영관리위원회나 위험관리협회 등을 거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주사 권한 행사를 투명하게 해 책임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뒤에서 자회사에 말로 지시하는 경영행태를 없애야 한다”면서 “과거 하나금융 등에서 나타났던 제왕적 권력을 쥔 지주 회장이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없앨 방침이다. 완전 자회사의 사외이사 임명권을 지주가 행사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영 간섭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영이 부실할 경우 감시의 책임이 금융지주에는 지워지진 않는다. K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국민은행이 그렇다.. 금융지주 체제의 근본 문제로 지적되는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낙하산인사로 3년마다 회장과 행장을 바꾸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면서 “관피아를 척결하고 이사회 주도의 최고 경영자를 선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박은애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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