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조폭 도움으로 중국에 밀항한 저축은행 이사… 강제송환 뒤 기소

브로커·조폭 도움으로 중국에 밀항한 저축은행 이사… 강제송환 뒤 기소

기사승인 2014-05-26 20:55:00
[쿠키 사회] 500억원대 횡령·부당대출 범행을 저지른 뒤 중국으로 밀항했던 저축은행 임원이 국내로 강제 송환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국·내외 밀항 브로커, 조직폭력배 등의 도움을 받아 화물선을 타고 중국으로 넘어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장영섭)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한주저축은행 전 총괄이사 이모(44)씨를 구속기소하고, 이씨를 밀항시킨 7명을 범인도피 및 밀항단속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이씨는 2012년 5월 한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기 직전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고객 예금을 빼돌린 뒤 종적을 감췄다. 검찰은 이씨를 출국금지하고 검거에 나섰지만 행방이 묘연해 ‘납치설’마저 제기됐다. 그러나 이씨는 그 다음달 경남 마산항에서 3000t급 화물선에 승선해 중국 다롄(大連)항으로 밀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횡령한 돈을 세탁해 준 사채업자 김모(48)씨가 이씨의 국내 은신처를 마련해 주고 폭력조직 ‘보성파’ 출신 밀항브로커 최모씨에게 1억8300만원을 건네고 밀항을 의뢰했다. 최씨가 모집한 조력자들은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브로커(일명 ‘장가’)와 국내 브로커 등을 통해 화물선 선장 김모(63)씨를 포섭했다. 선장은 1200만원을 챙겼고, 나머지 공범들은 1500만~3000만원씩 받았다.

브로커들은 모두 가명을 사용했고, 밀항 당일 이씨를 차량에 태워 약 2시간 동안 부산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는 등 출항지를 은폐하려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선장 김씨는 이씨를 선원으로 가장해 승선시킨 뒤 선박 내 밀실에 은신토록 했다가 중국에 내려줬다. 이씨는 도피 1년 9개월 만인 지난 3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국내로 보내졌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출항지를 “부산과 여수 사이”라고 둘러댔지만, 검찰은 주변 항구에서 출항한 선박을 전수 조사한 끝에 밀항의 전모를 밝혀냈다.

이씨는 2010년 11월~2012년 5월 김임순(55·여) 전 한주저축은행 대표와 공모해 ‘가짜 통장’을 만드는 등의 수법으로 고객 예금 210억원을 빼돌리고, 290억원을 부당대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화물선 선원의 입·출국 관리를 강화하는 등 밀항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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