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엄마학교 서형숙의 세월호 망언, 사실은 이렇습니다

[친절한 쿡기자]엄마학교 서형숙의 세월호 망언, 사실은 이렇습니다

기사승인 2014-05-29 15:29:01

[친절한 쿡기자] 교육전문가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인 엄마들을 상대로 한 강연 중 세월호 참사 관련 발언이 29일 온라인을 달궜습니다. 서 대표가 강연에서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문자질이나 하는 생각 없는 세월호의 아이들”이라고 말했다는 글이 돌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당시 서 대표의 강연은 일본에 사는 한국 엄마들의 ‘엄마학교’ 공부모임 ‘동아인’의 요청으로 성사됐습니다. 이틀 전 한 참석자가 올렸다는 후기의 원문은 삭제됐지만, 당시 글이라며 돌아다니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야말로 힐링이고 감동이었어요. 하지만 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조심스러운 세월호 이야기였어요. 막판에 갑자기 정부를 믿어야한다, 그 아이들은 생각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 시간에 문자나 하고 있었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셔서 정말 실망했어요.’

이 이야기가 짧게 한 문장으로 압축돼 ‘서형숙 망언’으로 돌아다니면서 논란이 확산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냐” “서씨의 책을 불매운동하고 이미 산 책은 중고서점에 내다 팔자”는 등의 격한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화가 난 일부 독자들은 서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책 돌려보낼테니 돈 부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씨도 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가 막히다”며 불매운동과 함께 이 기회에 세월호 유족들을 아프게 한 막말들을 모아 전시회를 한 번 해보자는 글을 적기도 했지요. 하지만 서 대표의 발언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더라’ 식의 이야기일 수 있다며 일단 글을 삭제했습니다. 그럼에도 서 대표가 블로그 등을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서지 않자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직접 통화를 시도하게 됐습니다.

서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발언은 학생들이 유치원생처럼 어린 아이들이 아니니 당시 카톡을 하기보다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았더라면, 안에서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헬기를 타기 위해 뭐라도 해 봤다면 살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 아이들이 엄마 품에 안겨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 ‘만약 그때 어느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뭘 더 해봤더라면’ 하며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당시 세월호의 아이들도 안에서 뭐라도 해 봤더라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글을 올렸던 참석자는 논란이 커지자 글을 삭제하고 ‘동아인’ 운영자에게 연락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 대표가 처음부터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한편으론 한국 사회가 얼마나 신뢰가 없는 사회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서 대표는 엄마학교, 한살림 운동 등 20년 넘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이 때문에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서형숙 망언을 듣고 “그럴 리 없다”고 입을 모았지요.

하지만 책을 통해 그를 접한 대다수는 서 대표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책 따로 삶 따로’, ‘말 따로 행동 따로’ 살아온 인사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서 대표의 해명에도 결국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고 이내 곧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요?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서형숙 블로그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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