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말기 암 투병 중인 50대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주려 목 졸라 숨지게 한 남매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아들(28)에게 징역 7년, 딸(32)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현장에서 범행을 지켜보며 제지하지 않았던 어머니(56)에게는 원심처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딸은 지난해 1월 뇌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와 간호했다. 당시 57세였던 아버지는 점점 상태가 나빠졌고 고통을 호소하며 자신을 죽여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딸은 지난해 9월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숨을 거칠게 쉬며 고통스러워하자 남동생에게 부탁해 아버지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어머니는 “이왕 할 거면 고통 없이 하라”고 말하는 등 살인을 방조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반인륜적 범행”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경제적 궁핍으로 별다른 의료 처치를 할 수 없는 피고인들이 아버지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판단에서 저지른 범행으로 보인다”며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이 죄책감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