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중국판으로 제작돼 ‘대륙’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을 뜨겁게 달궜던 두 프로그램은 각각 이달과 8월 ‘시즌 2’로 제작돼 13억 안방 시청자들을 만난다.
지난해 10월부터 후난TV를 통해 방송됐던 중국판 ‘아빠 어디가!’의 폭발적 인기에 국내 출연진인 윤후(8)는 크게 주목을 받아 중국 팬카페도 생겼다. 비슷한 시기 스촨위성TV를 통해 전타를 타기 시작한 ‘양천일야’ 시즌 1에는 가수 강타(본명 안칠현·35)가 중국 출연진들과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그런데 최근 중국판으로 제작중인 국내 예능 프로그램은 앞에 언급된 두 작품처럼 ‘포맷’ 수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SBS는 지난달 30일 “중국 절강위성그룹을 우선대상자로 선정,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중국판 제작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공동제작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조효진 PD 등 SBS 제작진들도 일부 참여한다. tvN 예능 ‘꽃보다 할배’의 경우에도 국내 제작진 나영석 PD 등이 직접 나서 중국판을 공동제작을 하는 형태다. 이달 15일 ‘화양예예(花樣爺爺)’란 제목으로 중국 드래곤TV를 통해 첫 방송 될 예정이다. 공동제작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국내 제작진이 직접 컨설팅을 해주고 촬영 노하우도 전수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국내 제작진이 영향력이 커진다.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와 배우의 소속사들은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도 한다. 배용준(42) 김수현(26)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가 중국 강소위성TV의 프로그램 ‘대니간성성’을 공동 제작하는 것이 그 예다.
이 같은 인기를 타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들이 현지에서 함께 사랑 받는다점도 의미가 있다. ‘런닝맨’에서 활약한 배우 이광수(29)는 동남아시아와 중화권 등 세계 280만 명의 팬들과 온라인 친구를 맺을 정도로 차세대 한류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가수 개리(본명 강희건·36)도 오는 8일 홍콩에서 팬미팅을 진행할 예정. 지난 1월 발표한 미니앨범 ‘미스터 개(MR. GAE)’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권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MBC ‘나는 가수다’, Mnet ‘슈퍼스타 K’ 등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관찰 예능까지 다양한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은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예능 한류’의 기대감을 높인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은 단순하고 친근한 코드로 세계인을 사로잡을 힘을 가지고 있다”며 “포맷수출에서 공동 제작으로 진화하면서 콘텐츠 산업의 새 물꼬를 틀 수 있고, 새로운 방향의 한류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