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왕좌에서 내려오다…김영사 박은주 대표 사의 표명

신데렐라 왕좌에서 내려오다…김영사 박은주 대표 사의 표명

기사승인 2014-06-02 1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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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신데렐라이자 기획의 여왕으로 불리던 이가 왕좌에서 내려왔다. 김영사 여성 최고경영자(CEO) 박은주(57) 대표가 지난달 31일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는 박 대표가 “최근 제기된 김영사의 ‘사재기 의혹’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박 대표는 최근 출판도매업체 한 곳에서 김영사 출판 브랜드인 ‘김영사온’에서 낸 책을 사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업체는 지난 4월 직원들에게 “김영사에서 나온 책을 한 권씩 사라. 구입비용은 김영사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조사를 벌였다고도 했다.

출판계에서 박은주 대표는 여성의 몸으로 초대형 베스트셀러 성공신화를 써온 인물이다. 저자가 아닌 기획자로 말이다. 대표작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대표작이자 한때 집집마다 꽂혀있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이다. 이 책은 한국 출판계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어 ‘문명의 충돌’ ‘정의란 무엇인가’ ‘안철수의 생각’ 등도 냈다. 말 그대로 ‘초대형급’ 기획자다.

하지만 이정도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여성으로서 박 대표는 ‘신데렐라 성공신화’를 써왔다. 박 대표는 1979년 출판계에 입문했고, 3년만인 1982년 김영사로 스카우트됐다. 서른 둘이란 나이에는 사원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획의 여왕’ ‘아시아 출판문화 한류의 선두주자’ ‘한국 빅3 출판사의 유일한 여성 경영인’ 등의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인물이다.

박 대표는 특히 지난 2006년 스스로 책을 번역해 출판하기도 했다. 책 이름은 ‘신데렐라 성공법칙’으로 원제는 ‘From Cinderella To CEO’이다. 박 대표의 자전적 이야기로 비유될 법 하다. 미국 논픽션 작가 캐리 부루서드가 미국 전역의 성공한 여성들을 취재해 핵심만 간추린 내용인데, 역시 김영사가 냈다. 당시 출판사가 낸 자료엔 “1980년대 저임금 말단 여사원들이 21세기를 움직이는 여성 경영인으로…금녀의 벽을 깨고 CEO에 도전하는 여성에게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는 책!” 이렇게 적혀있다.



당시 김영사는 박 대표가 번역한 이 책을 내며 소개 글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 했다. 단 두 줄인데, 박 대표의 출판계 위치를 설명하기에 더 적절한 문구는 없다.

“그녀가 보는 곳에 기획이 있고, 그녀가 손대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진=2000년에 촬영한 박은주 김영사 대표, 국민일보DB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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