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 작가 이재삼, 물에 비친 달빛을 화면에 옮기다

목탄 작가 이재삼, 물에 비친 달빛을 화면에 옮기다

기사승인 2014-06-09 17:25:56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재삼(54) 작가의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숙연해진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1000호 크기의 대형 캔버스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그윽한 달빛 때문일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10일부터 그의 개인전 ‘달빛-물에 비치다’가 열린다.

그동안 대나무와 소나무, 매화 등 한국적인 소재를 목탄으로 세밀하게 표현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물에 비친 달 ‘수중월(水中月)’을 캔버스에 옮겼다. 임대식 아트사이드 큐레이터는 “작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캔버스 위에 목탄만으로 그려진 달빛은 캔버스가 지닌 고유의 색 그대로를 달빛으로 치환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앞두고 9일 만난 작가는 “달은 생명의 주기를 나타내고 물은 또 다른 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 달빛이 물에 비친 풍경을 끄집어내면 어떨까 싶은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목탄 가루를 마셔가며 오랜 시간 작업하는 그의 작품은 깊은 울림 같은 것을 전한다. 나뭇잎 하나하나 세밀하게 묘사했던 이전 작업과 비교하면 작품 속 이미지는 상당히 단순해졌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담고 싶은 것이 많아 화면을 가득 채우다가 차츰 연륜이 쌓일수록 버리고 비워내는 대가들처럼 마음을 비우고 자유롭게 그렸다. 이전 작업이 소설이나 산문을 쓰는 식이었다면 신작은 시를 쓰는 격이다. 사실 비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는 “시각적인 시선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옮기다 보니 편하게 작업했다. 쾌감마저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전에 나무를 테마로 할 때는 카메라 등의 매체를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마음으로 풍경을 찍고 마음으로 각인된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죠. 그러다 보니 많이 생략됐어요. 가장 단순하고 최소한의 것에 모든 것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시각적으로 보이는 명쾌함보다는 마음속의 명징함을 깊은 시각적 언어로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깊은 산 속에 자리 잡은 폭포는 달빛을 잔뜩 머금은 채 아래로 떨어지고 물안개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물 위를 새 한 마리가 유유히 날아간다. 고산 윤선도가 유유자적했던 전남 완도 보길도의 달빛, 양평의 새벽안개를 그린 달빛, 거제 해금강의 달빛 등이 빛난다. “음의 미학에 매력을 느낀다”는 작가는 다음 작업의 테마로 ‘산중월(山中月)’을 택했다. 전시는 7월 2일까지(02-725-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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