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남 밀양시는 오전 6시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으로 올라가는 진입로인 장동마을 입구 농성장에서 주민과 반대대책위원회 측에 행정대집행 영장을 제시하고 움막 3곳의 철거를 시작했다. 이후 북부면 장동마을에 설치된 움막 1곳과 위양마을 움막 2곳, 상동면 고답마을 움막 1곳, 단장면 용회마을 움막 1곳을 철거했다.
밀양시 공무원 200여명을 동원해 농성장 철거작업을 벌였고, 경찰 20개 중대 2000여명이 지원됐다.
그러나 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인 주민들의 시위가 극에 달했다. 움막 앞 2m 깊이의 구덩이에는 할머니들이 상의를 벗은 채 쇠사슬로 몸을 묶고 있었다. 주변에는 LP가스통 2개와 휘발유, 시너 등을 준비해 놓았다. 경찰은 마을주민 박순연(70·여)씨와 배철수(50)씨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인분을 투척하며 시위하던 주민 한명은 훈방 조치했다.
이번 행정대집행으로 한국전력공사의 밀양송전탑 공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0월 공사재개 이후 8개월 만에 69곳 전체 작업장에서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한전은 송전탑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던 5곳에서도 공사를 시작했다. 부북면 129호 철탑 외에, 산외면 101호 상동면 115호, 부북면 127, 128호 등에 대해 공사가 시작됐다.
한전은 공사에 착수한 송전탑 5개 중 3개가 집중돼 있는 평밭마을 다수 주민들이 국가 공익사업에 대한 대승적 결단으로 합의를 해주면서 큰 충돌 없이 움막을 철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부면 주민 박순녀(68·여)씨는 “평화로웠던 고향마을이 전쟁이 난 것 같다”며 “아무도 다치지 않고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전은 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중 93%인 28개 마을과 공사에 합의했다. 최근까지 송전탑 반대에 나섰던 상동면 여수·고정·평밭마을과도 공사 합의를 이뤘다. 이로써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마을은 상동면 고답·모정마을 2곳이다. 밀양=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밀양=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