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의 리턴매치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첫판에서 스페인에 설욕했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은 참패를 당하며 우승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네덜란드는 14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스페인에 5대 1로 격파했다. 8개 조의 1차전을 통틀어 최고의 ‘빅 매치’로 지목된 이 경기를 대승으로 장식하며 B조 1위를 예약했다. 대회 이틀째 세 번째 경기까지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네덜란드는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가로막혀 사상 첫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지금까지 세 번이나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네덜란드는 4년 전 스페인에 가로막혀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번 승리로 당시의 불운을 완벽하게 설욕했다.
대회 2연패이자 유럽 팀 사상 처음으로 남미를 정복하기 위해 선봉에 섰던 스페인은 이번 패배로 우승 전망까지 불투명해졌다. 오는 19일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남미의 강호 칠레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을 경우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까지 당할 수 있다.
스페인은 브라질로부터 귀화한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26·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주도권을 잡는 티키타카 전술을 앞세워 네덜란드의 골문을 겨냥했다. 경기 내내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관중으로부터 야유를 받은 코스타가 전반 27분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에서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33·레알 마드리드)가 골망을 흔들어 선제골을 넣었지만 스페인의 주도권은 여기까지였다.
반격에 나선 네덜란드는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르엔 로벤(30·바이에른 뮌헨), 베슬리 스나이더(30·갈라타사라이)를 앞세워 전반 종반부터 스페인에 골 폭격을 퍼부었다. 판 페르시는 전반 44분 하프라인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아크 안쪽에서 머리로 맞춰 높게 띄웠고, 공은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아스(33·레알 마드리드)의 키를 넘겨 골대 상단을 열었다.
전반전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네덜란드는 후반전부터 10분여 마다 한 골씩 넣는 골 퍼레이드를 펼쳤다. 후반 8분 로벤의 결승골과 후반 19분 수비수 스테판 데 브리(22·페예노르트)의 추가골로 승부를 갈랐다. 후반 27분에는 카시아스의 실수로 비워진 스페인의 골문으로 판 페르시가 공을 밀어 넣었고, 후반 35분에는 무너진 스페인 수비진을 뚫고 로벤이 골망을 흔들었다.
스페인은 코스타와 교체 투입된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30·첼시)가 후반 종반 네덜란드의 골문 앞에서 공을 놓치는 실수까지 범하면서 만회의 의지까지 상실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