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펄펄 날았지만 본선에 돌입하자 급격한 부진에 빠진 일본 축구대표팀의 알베르토 자케로니(61·이탈리아) 감독이 선수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자케로니 감독은 22일 AF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팀의 속도가 느렸다. 마치 선수들의 발에 브레이크가 달린 것처럼 보였다”며 “심리적인 부분인 수 있다. 1차전의 결과가 2차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어 휴식을 줬다”고 말했다.
일본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11월 19일 벨기에와의 원정 평가전(3대 2 승)부터 지난 3일 미국 탬파베이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중립지역 평가전(3대 1 승)까지 4연승을 질주했다. 대회를 앞두고 가장 주목을 받은 ‘다크호스’도 일본이었다. 그러나 대회가 개막하자 상황은 뒤집어졌다.
일본은 지난 15일 브라질 헤시피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에 1대 2로 역전패했다. 공격수 혼다 케이스케(28·AC밀란)의 선제골로 앞서다 후반 17분 코트디부아르가 베테랑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36·갈라타사라이)를 투입한 뒤부터 급격하게 흔들렸다. 후반 19분부터 21분까지 2분 사이에 두 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자케로니 감독의 분석대로 1차전 결과는 2차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일 나타우 에스타디오 다스 두 나스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2차전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득점 없이 비겼다.
일본은 현재 1무1패(승점 1)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오는 25일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와의 마지막 3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콜롬비아는 C조 최강 전력을 보유한 만큼 일본에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자케로니 감독은 “선수들이 지난 4년간 선보인 경기력이 지금 브라질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낫다. 만족스럽지 않다”며 “콜롬비아를 상대로 일본 축구의 강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통신은 그러나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챔피언으로 올라선 일본이 이제는 운명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