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기다렸지만 가라앉은 배에서 단 한 명의 친구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처를 가진 세월호 탑승 단원고 2학년 학생 72명이 25일부터 다시 학교에 갑니다. 등교에 앞서 친구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평소처럼 대해주세요. 부담스럽게 하지 말아주세요.”
학생들의 호소문은 23일 SNS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 곳곳에 뿌려진 유인물로도 볼 수 있습니다. A4용지 한 장입니다. 살아남은 학생은 75명이지만 2명은 미리 학교를 다녔고, 1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중입니다. 그래서 72명의 목소리입니다.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 또한 저희는 세월호 사고의 생존학생들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도 선실 밖으로 나왔고, 이 때문에 살아남은 학생들은 자신들을 놔두라고 합니다.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네요. 그들은 “괜찮냐고, 힘내라고, 고맙다고, 아무 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말아 주세요”라고 합니다. 또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시선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주세요”라고 당부합니다. 그저 자신들을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봐달라고 합니다. 어디를 가든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면서요.
글에는 ‘학교에 돌아갈 때 두려운 것들’이란 것이 나열돼 있습니다. 모두 6개 항목입니다. 교복, 2학년 이름표, 체육복 등 단원고 학생을 드러내주는 것이 싫다고 합니다. 버스에서의 시선, 영화관에서 학생증 보여줄 때, 동네에서 단원고 2학년이라고 아는 척하는 사람들, 그리고 기자들. 웃고 싶을 때 웃고 싶다고도 합니다. 결론은 평소처럼 대해달라는 겁니다.
호소문은 심리치료 전문가 정혜신 박사가 참여해 아이들이 모두 함께 만들었습니다. 정 박사는 세월호 참사 후 아예 안산으로 집을 옮겨 생존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 박사는 페이스북에 “사고 이후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는 이 아이들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이 이 글을 쓰게 한 동력”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 아이들의 편지를 한 단어도 놓치지 말고 꼼꼼히 읽어 달라”고 당부합니다. 살아온 아이들을 다시 사지로 몰지 않는 사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면서요.
호소문을 읽은 네티즌들은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미안합니다. SNS에도, 댓글에도 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다시 한 번 곱씹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바라봐주세요.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주세요.”
박상은 인턴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