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마을에서 문을 연 파독기념관은 남해군이 29억원을 들여 4년간 조성했다. 1960~1970년 사이 독일로 파견된 한국 간호사와 광부들이 조국으로 돌아와 정착한 독일마을을 알리기 위해서다.
파독기념관 지상에는 도이처플라츠 광장을 중심으로 독일문화홍보관, 게스트하우스, 독일전통 레스토랑, 기념품점이 위치하고 지하 150㎡ 공간에는 파독 근로자들의 물품과 역사기록물 등을 갖춘 전시관이 들어섰다.
전시관에는 한국인 광부들의 탄광 생활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착암기, 막장 램프, 광부작업복 등 각종 소장품 2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한국 간호사들의 병원생활을 보여주는 의료기구와 이들이 독일에 정착하면서 사용한 생활용품 등도 한 자리서 볼 수 있다. 특히 한 간호사가 독일로 가면서 입었던 한복과 주머니, 버선 등이 눈길을 끈다.
또 독일에서 최초로 개설된 한국 간호사들의 현지 적응을 위한 교육 과정을 적은 문헌, 이들이 공부한 독일어 의료백과사전, 독일병원과 간호사의 근무계약서도 전시되어 있다. 서독 취업자를 위한 송금예금 설명서를 통해 먼 이국땅에서 고국의 가족들을 그리며 번 돈을 아껴 가족들에게 보내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 외에도 독일 파견 이야기와 이들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내용 등을 소개한 국가기록원의 자료도 볼 수 있다.
부산 명륜동에서 온 관광객 고희선(41·여)씨는 “가족과 주말여행으로 남해마을을 방문했다”며 “기념관을 돌아보며 파독 간호사·광부들의 애환을 가슴으로 느겼다”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정현태 남해군수, 롤프 마파엘 주한독일대사을 비롯해 독일마을 주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롤프 마파엘 독일대사는 “이번에 개관된 파독전시관과 남해 독일마을은 한국 속의 작은 독일이다”면서 “독일마을과 독일에서 돌아와 이곳에 정착한 간호사ㆍ광부들이 두 나라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 군수도 “이 전시관은 독일로 파견됐다가 귀국한 간호사와 광부님들의 삶의 궤적과 그 속에 담긴 애환을 오래도록 알리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며 “많은 국민들이 남해 독일마을과 파독기념관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해=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