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동안 장애인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하다 연구자로서 첫발을 뗀 결과 걸출한 조선시대 장애인 예술가들을 발굴해 낼 수 있었습니다.”
1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아시아 장애인 문화예술 국제세미나’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방귀희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은 “천민 출신의 노예였던 중복장애 시인 이단전은 주인이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시인이 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방 위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원회와 ㈔꿈꾸는마을의 협력으로 개최된 이 행사에서 ‘한국 장애예술인의 시대별 창작 특징에 관한 고찰’이라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방 위원에 따르면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갖고 있었던 시인 이단전은 영·정조대에 살았던 천민 출신의 시인이자 서예가로 한쪽 눈을 볼 수 없었던 시각장애에다 말이 어눌해서 발음까지 부정확한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단전은 또 체구가 몹시 왜소한데다 얼굴에는 곰보자국이 심해서 용모도 볼품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 위원은 “이단전 시인은 신분제 사회인 조선시대에 비록 천민출신이었지만 시에 재능을 보이고 글씨도 잘 써서 당대에 유명했는데, 그로 인해 사대부와도 교류하며 살다간 독특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방 위원은 또 “주인인 유언호는 자기 집 노비인 이단전이 공부에 소질을 보였던 것을 기특하게 여겨 이단전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장애인 예술가의 탄생과정에서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역할을 주목할만하다‘고 강조했다.
윤관석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국회 차원에서 대학로 구 예총회관 리모델링 예산 52억원을 확보해 국내 최초로 장애인문화예술센터가 내년 4월 개관된다”며 “국제세미나를 통해 확인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허용 중국장애인잡지사 부편집장은 기조연설에서 “중국 정부는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면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정부가 엄청난 지원을 하는 등 정치지도자들의 관심이 고조돼 출중한 예술작품도 탄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