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니찌 신문 기자 출신의 하리마 야스오 재단법인 민들레의 집 이사장이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인천을 방문해 ‘장애와 예술의 현재와 미래(障害とア?トの現在とその未來)’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아시아 장애인 문화예술 교류를 강조했다.
하리마 야스오는 일본 언론인 중 유일하게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민들레의 집’을 만들어 장애인 예술가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등 한국사회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12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꿈꾸는마을이 주최한 ‘아시아 문화예술 국제세미나’에서 “지금 일본에서는 장애인 예술에 대해 전에 없는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각 지역의 미술관이나 미술공간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국가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예술 문화활동을 적극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자출신인 그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상황을 개선하기위해 1995년 에이블 아트운동(가능성의 예술 운동)을 주창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운동을 막 시작했을 때의 일본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예술 문화 활동은 여가 활동의 하나에 불과했다”며 “이제까지 가치가 낮다고 보았던 장애인 예술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결과 놀라운 사회적 반향이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경제성장기에 도요타 자동차가 7년간 34개 도시에서 총 63회의 ‘도요타·에이블 아트(Able Art) 포럼’을 실시했고, 99년에는 ‘예술로 건강해지는 에이블 아트 99’가 도쿄도 미술관에서 각각 열려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나라시 소재 민들레의 집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에 고민 끝에 2004년 아트센터 HANA가 탄생시켰다.
하리마 야스오는 “인생은 불가능한 것을 후회하기 보다는 가능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크나큰 실험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아트센터가 또다른 복지 시설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일본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곳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예술적 재능이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의사소통이 안 되어 큰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때려 부수는 지적 장애를 가진 남성은 그 표현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는 백화점의 미술 갤러리에서 작가로서 소개될 정도이다.
이 아트센터 HANA에 축적된 지식, 정보, 기법, 네트워크 등을 공유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장애인예술 활동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원의 에이블아트센터도 이 같은 교류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하리마 야스오는 “일본에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소득의 재분배에서 가능성의 재분배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게 됐다”며 “우리는 복지와 기업을 잇는 중간 지원 조직인 에이블 아트·컴퍼니를 만들어 저작권 관리, 디자인 사용의 중개, 상품화의 조언 등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모를 통해 등록된 작가 86명의 작품 8100점이 웹상에서 현재 공개되고 있다”면서 “기업이 사회 공헌이라는 형태로 디자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장애인 예술을 디자인에 접목하는 ‘Good Job!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라의 지역 특색 산업인 양말 업체가 제조한 장애인의 디자인을 양말에 적용해 인기 상품으로 등장하는 등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장애인 예술에는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다’라는 ABLE ART의 생각에 공감하고 1000만엔짜리 프로젝트를 맡긴 곳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장애인 예술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면서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만큼 미술뿐 아니라 예술 문화 전반에 장애인들의 재능이 발견돼 꽃피울 것임에 틀림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부터 45년 전, 신문 기자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장애인 문제와 마주쳤다”며 “(이후 지금까지 나를 움직여온)열정과 논리가 뒷받침된 상상력이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