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1호선 2234호 전동차가 400여명의 승객을 싣고 양정역을 출발해 부산시청역으로 진입하던 시간은 17일 오후 5시41분쯤이다. 전동차 8량 가운데 4호차 지붕 위에 설치된 냉방시설에서 스파크와 함께 불이 났다. 전동차 객실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가득찼다.
일부 승객들이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했고, 부산 범천동 부산교통공사 종합관제실도 모니터링 도중 이를 확인하고 119, 112에 신고 후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다.
마침 부산시청역사에서는 교대근무를 위해 5명의 직원들이 대기 중이었다. 비상상황을 연락받은 1호선 사무소 강성림(54) 차장과 부산시청역 장상억(54) 역장 등 직원들은 소화기와 사다리를 들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전체 8량 가운데 2량이 아직 역구내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여서 100여명의 승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종합관제실을 통해 상황설명과 안내방송을 한 직원들은 소화기로 불을 끄는 한편 승객들을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시켰다. 도중에 119 소방대원과 112 경찰대원들이 합세했다.
10여분 만에 모든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켰으나 이 과정에서 박모(45)씨 등 5명은 연기흡입과 무릎과 다리 찰과상 등으로 119 응급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은 뒤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사고 직후 역사 내 연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동안 부산도시철도 1호선 양방향 운행이 1시간10여분 동안 중단됐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관리사무소 박경옥(59·여) 소장은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과 직원들의 매뉴얼에 따른 신속한 안전조치가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의 헬기 추락사고에 이어 터진 지하철 전동차 화재사고 소식을 접한 부산시민들과 승객들은 대형 참사를 막은 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교통공사 김영식 기획본부장은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며 “매뉴얼에 따른 안전조치 훈련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