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에서 근무하던 정모씨는 2011년 1월 아이를 출산한 후 같은 해 4월부터 1년 동안 육아 휴직을 했다. 정씨는 이 기간동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월 81만원씩 모두 980만원의 휴직 급여를 받았다. 정씨는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2011년 6월 해외 사업을 알아보기 위해 남편과 멕시코로 출국했다. 아이도 데려가려 했으나 아이 건강을 고려해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 정씨는 8개월여 동안 해외에 머무르다 다음해 2월 돌아왔고, 한 달 뒤 회사에서 퇴직했다. 서울노동청은 “정씨가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와 동거하지 않고 해외에 머물렀다”며 “해외 체류 기간 동안 받은 육아휴직 급여와 추가징수금액을 합해 1600여만원을 내라”고 처분했다. 정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노동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노동청은 소송에서 “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는 경우 굳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가족에게 아이를 맡겼지만 실질적으로 양육을 책임졌다”고 맞섰다. 해외에서 친정어머니에게 양육비를 보탰고, 아이 기저귀 등을 인터넷으로 구입해 보내는 식으로 아이를 양육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정씨는 자신의 모친을 통해 아이를 실질적으로 양육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고 가족 등에게 맡기는 등의 방법도 육아에 포함된다”며 “시행령의 ‘아이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경우’는 ‘실질적으로 양육을 안 하는 것’으로 한정 해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