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덥고 습한 기후는 곰팡이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우리 피부에 존재하는 곰팡이도 마찬가지. 피부에 상존하는 ‘말라세지아’ 곰팡이균이 환경적 요인으로 과다 증식하면 이에 의한 피부감염으로 ‘어루러기’가 생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특히 6월~8월에 어루러기 진료인원이 증가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어루러기는 초기에 항진균제로 원인 곰팡이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니조랄 같이 말라세지아균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항진균제 샴푸를 바디 샴푸처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치료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김범준 교수의 도움말로 여름철 심해지는 어루러기의 올바른 치료법을 소개한다.
어루러기는 가려움증, 통증과 같은 자각증상이 없다. 보통 연한 유색 반점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눈으로만 알 수 있으므로 평소에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땀이 많거나 비만인 사람, 피부색이 짙은 사람에서 더 잘 생긴다. 비듬의 원인균이기도 한 말라세지아 곰팡이균은 지방을 좋아해 피지분비가 많은 상반신에 많이 분포한다.
따라서, 어루러기도 상체에 나타나기 쉽고 그 중에서도 접히는 부위인 겨드랑이나, 땀 분비가 활발한 등과 가슴 등에 주로 나타난다. 흰 반점 위에 비듬같이 미세한 피부 껍질이 나타나는 것도 어루러기의 특징. 정확히 진단하려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어루러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고, 다시없어지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어루러기가 몸통 전체를 덮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초기에 항진균제로 곰팡이 증식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루러기 치료에는 강한 항균력이 있어 치료기간을 줄이고, 재발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아졸계 항진균제가 많이 쓰인다. 비듬치료제로 흔히 알고 있는 ‘니조랄’도 이에 해당한다.
니조랄은 대표적인 케토코나졸 성분 항진균 샴푸로, 피부에 빠르게 침투해 오랫동안 말라세지아 곰팡이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하루 한 번 바디샴푸 대신 니조랄로 샤워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손쉽게 어루러기를 치료할 수 있는 것. 어루러기 부위가 넓을수록 연고나 크림보다 치료 편의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범준 교수는 “일단 항진균제를 사용하면 곰팡이는 금방 제거되는데, 반점은 수개월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곰팡이를 제거한 후라면 반점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증상이 심하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어루러기는 재발률이 높은 피부질환이다. 환경적 요인으로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 장마철에는 몸을 습하지 않고 시원하게 유지하는데도 신경 써야 한다. 운동할 때는 되도록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땀이 밴 옷이 계속 피부에 닿지 않도록 자주 갈아입어 주면 좋다. 땀을 흘린 후나 비를 맞았다면 바로 씻어야 한다.
케토코나졸 성분 샴푸를 한 번씩 사용하는 것도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씻은 후 물기를 잘 말리는 것도 중요하다. 어루러기를 막으려 일부러 햇빛을 쏘인다는 얘기도 있는데, 어루러기 치료로 일광욕은 추천되지 않는다. 치료 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면 얼룩덜룩한 반점이 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