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19일 일본 매체 라쿠텐우먼은 “지브리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 ‘추억의 마니’를 마지막으로 해체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창업 멤버인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가 올해 초 해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앞으로 저작권 관리만 담당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체의 결정적 이유는 거액의 인건비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하청을 주지 않고 직원을 모두 고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다. 연간 20억엔(약 202억원)이 인건비로 소요돼 매년 100억엔(약 1013억원)의 수입이 있어야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개봉한 ‘가구야 공주의 이야기’는 흥행 수익이 51억엔(약 517억)에 그쳤다. 지브리 관계자는 “매년 작품을 발표하지 않는 이상 해산밖에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73) 감독이 후계자를 만들지 못한 탓도 크다. 미야자키 감독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는 ‘게드전기’(2006)와 ‘고쿠리코 언덕에서’(2011)를 내놨지만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다. ‘마루 밑 아리에티’(2010)로 후계자를 노렸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도 미야자키 감독의 존재감을 넘지 못했다.
결국 1997년 ‘모노노케 히메’와 함께 은퇴를 결심했던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해가 돼서야 지브리 스튜디오를 떠났다. 그의 은퇴와 함께 지브리 해체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1984년 설립된 지브리 스튜디오는 ‘이웃집 토토로’(1988),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다. 지브리와 팬들의 작별인사가 될지 모르는 ‘추억이 마니’는 19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