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금 들고 서 있어!”
지난 13일 시청자들을 ‘빵’ 터뜨린 한 마디입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만수르’에 나온 대사였죠. 세계적인 부호 셰이크 만수르(43)를 소재로 한 이 코너는 첫 방송부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모나리자에 낙서를 하고 연봉 8000만원 과외를 ‘재능 기부’라고 표현하는 등의 허영개그가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일주일 뒤 만수르는 코너명을 ‘억수르’로 변경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국제석유투자회사의 사장인 실제 만수르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제목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아니, 대체 만수르가 누구기에? 네티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수르의 화려한 생활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만수르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말이죠. 개콘의 억수르가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만수르는 아랍 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왕족입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만수르의 개인 자산은 약 34조원, 가문 보유 자산은 약 10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추정치일 뿐 실제 재산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직함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국제 석유투자회사의 회장, 아랍에미리트 부총리, 아랍에미리트 마사회 회장,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바클레이 은행 최대주주,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등입니다. 특히 만수르는 2008년 맨시티를 인수한 후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부어 구단을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우승 팀으로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만수르의 비현실적인 부는 네티즌들 사이에 ‘만수르 효과’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이달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핸드폰에 만수르 사진을 저장한 후부터 돈이 잘 들어온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게 발단이었죠. 글쓴이는 만수르의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한 후 두 달 동안 예상치 않게 용돈을 자주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를 따라해 돈이 생겼다는 네티즌들의 ‘인증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만수르 효과는 개콘 억수르의 인기에 힘입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네티즌들은 돈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SNS와 블로그 등에 만수르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27일 한 트위터리안이 만수르의 사진을 리트윗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봤다고 하자 해당 글이 수천 건 리트윗 되기도 했습니다.
만수르 열풍이 불자 ‘만수르 부작용’도 등장했습니다. 부작용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만수르처럼 돈을 마구 쓰게 된다는 거죠. 한 네티즌은 “오히려 돈 쓸 일이 많아져서 난감하다.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알바비 받는 대신 알바를 잘렸다”는 웃지 못 할 사연을 전했습니다.
만수르와 대중의 삶은 분명 다릅니다. 개콘의 억수르는 그 간극을 웃음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네티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명언처럼 ‘만수르가 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진리는 덤입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