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서 활동하는 박치호 작가는 우리들의 삶을 토르소로 표현한다. 현대인들의 교감할 수 없는 마음과 내면의 상처를 회화로 그려내고 있다. 가식 없는 몸, 통념상 나쁜 몸을 통해 아름다움이란 단어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이다. 그동안의 작업을 모아 8월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갤러리 쿤스트독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현대인 내면의 상처들을 은유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토르소로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1994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인간’이라는 주제로 지속적인 물음과 탐구를 붓질하고 있다. 비대한 몸집의 여인, 중성적인 느낌의 여인, 배 나온 남자 등의 몸을 제시하면서 현대사회의 변질되고 있는 미에 대한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 주제는 ‘실체라는 부유-파편을 매만지는 분절들’로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토르소로 표현한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토르소는 삶의 부조리한 총체적 덩어리일 수도 있고, 인간의 내·외적인 삶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작가는 “미의 관념이나 통념의 잣대 없이 삶 자체로서 인간의 모습을 찾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은 회화적 오브제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갖가지 수식과 형용들을 감추거나 버림으로써 관람객들의 무한한 예술적 상상력을 제공한다. 그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일부이자 현실이기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의 토르소 회화를 대면하는 순간, 그 주변으로 몰려드는 몽상적인 파편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미술평론가 홍순환은 “작가가 회화에 토르소를 등장시킨 배경에는 현대사회의 부가적이고 현혹적이며, 순수한 상상력의 발현을 억제하는 온갖 수식들에 대한 통찰이 놓여있다”며 “그의 토르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수식을 억제하고 태도를 멈춘 정지상태가 되며 그 행간을 따라 예술적 상상력이 복원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평했다.
8월 1일 오후 6시 인물에 대한 물음을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추계예술대 동양화과를 나온 작가는 단성갤러리, 가베목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Like a flower’(예울마루전시실), 여수청년작가 5인전(창원마루갤러리), ‘Garden of Delights’(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등 그룹전에 참여했다. 손상기기념사업회 사무국장과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02-722-889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