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마케팅인가 싶었습니다. 신인 가수가 ‘박봄 디스 곡’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서 말이죠.
노래는 지난 1일 힙합 온라인 커뮤니티 ‘HIPHOP LE’에 올라왔습니다. 제목은 ‘두 더 라이트 씽(Do The Right Thing)’입니다. “약해, 약에 빠졌어. 젤리박스에 약이 빠졌어? 검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착해 빠졌어?… 최초의 밀수돌 타이틀 획득했네. 기사는 잘 내려가대? YG 장난이 아님.” 와우,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이 용감한 신인은 지난달 첫 번째 싱글을 발표한 힙합 그룹 에이코어의 멤버 케미입니다. 만 17세의 고등학생이죠. 케미를 비롯해 3명으로 이루어진 에이코어는 오는 9월에 추가 멤버를 영입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가수라는 겁니다.
박봄은 2010년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젤리류로 위장해 밀수입하다가 적발됐습니다. 당시 입건유예로 처리된 사실이 지난달에서야 밝혀졌죠. ‘봐주기 수사’에 대한 논란이 일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장문의 글로 해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자 YG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박봄은 출연하던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에서 하차하고 지난달 5일부터 일본에서 체류 중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봄 사건은 조금씩 묻혀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 의외의 방법으로 박봄 사건을 들춰냈습니다. 그것도 “빽 좋은 회사 뒤에 숨어 있다가 또 잠잠해지면 나오겠지”라고 대놓고 외치면서요. 고등학생인 신인가수가 선배 가수를 ‘디스’ 할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네티즌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도 있고 “소속사의 마케팅”이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봄 사건에 침묵하는 YG에 대한 비판은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네티즌은 “가사가 심하긴 하다. 하지만 박봄 사건은 정말 사회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디스’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힙합의 표현방식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에 이센스와 개코를 중심으로 벌어진 ‘힙합 디스전’처럼 국내 래퍼들 사이에서는 디스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디스의 묘미는 ‘맞디스’입니다. 한쪽에서 디스곡을 발표하면 공격을 받은 상대방이 또 다른 디스곡을 발표하는 거죠.
네티즌들은 지금 YG의 ‘맞디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힙합 아이돌을 키우는 YG는 이 용감한 디스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또 다시 침묵한다면 박봄은 일본에서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요?
에이코어 멤버 케미가 발표한 박봄 디스곡 'Do the right thing'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