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SNS를 점령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지 말라”는 터키 부총리의 망언에 대한 유쾌한 반란입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는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여성의 순결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지 말아야 하고 남의 주의를 끌려고 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휴대전화로 사소한 문제들을 얘기해서도 안 된다”고 했죠.
이 발언은 당연히 터키 여성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이틀도 지나지 않아 30만개가 넘는 여성들의 사진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모두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모습입니다. 공공장소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웃어 보인 겁니다.
이들은 터키 말로 ‘웃음’을 뜻하는 ‘#kahkaha’라는 태그를 달았습니다. 다른 나라 여성들의 동참도 이어졌습니다. 유엔 여성기구에서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영국 배우 엠마 왓슨도 그 중 한명입니다. 왓슨은 지난 1일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리는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올해에만 120명의 터키 여성이 가족, 남편,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2009년 시행된 조사에선 터키 여성의 40%가 가정폭력을 겪는 사실이 드러났죠. 터키의 야당 지도자들은 아른츠 부총리의 발언이 터키의 여성 인권 현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터키 여성 인권운동가들과 여성 의원들은 4일 아른츠 부총리를 이스탄불 법원에 제소했습니다. 성차별 관련 헌장을 위반했다는 이유입니다. 제소에 참여한 이들은 아른츠 부총리에게 법적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은 낮지만 성차별적인 발언이 수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5일 현재에도 SNS의 웃음 행렬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웃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리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인간은 웃어요. 외계인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